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공급 차질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국내 석유가격 상승이 민생물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업계 점검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8일 오후 6시 19분 기준 배럴당 105.52달러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약 16% 급등한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같은 시각 배럴당 105.85달러로 14% 넘게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쳤던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이다.
◆ 중동 긴장 고조…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 우려
이번 유가 급등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말 동안 중동 지역 긴장이 확대되면서 시장에 누적된 리스크가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공급 충격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석유 시장 분석가 필 버레거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차 걸프전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와 비교해도 현재 상황은 원유 공급 측면에서 가장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원유 유통업체들조차 이전 위기 초기보다 지금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급등 여파는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시각 미국 증시 선물은 약 1% 후반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 정부 "유가 상승 편승 행위 엄정 대응"
정부는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동 상황 대응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 편승해 민생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SK에너지·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가 참석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석유관리원, 농협경제지주, 한국도로공사 등 관련 기관도 참여했다.
김 장관은 "평상시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 가격은 약 2주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며 "최근 며칠 사이 국내 석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국민은 석유 가격이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중동 상황으로 인한 유가 상승 부담이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을 책정해 달라"고 업계에 당부했다.
◆ 자원안보 '관심' 발령…에너지 수급 대응 강화
정부는 에너지 수급 대응 체계도 가동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오후 3시부로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중동 상황 변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석유와 가스의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고 해외 생산분 도입을 추진하는 등 물량 확보에 나섰다. 동시에 단계별 비축유 방출 계획도 마련해 수급 위기가 심화될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는 "유가 상승기에 편승한 담합과 가짜 석유 판매, 정량 미달 등 불법 행위에 대해 범부처 합동점검과 특별기획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적발 시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