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 세균의 뷔페식당 피부
피부는 얼핏 매끄러워 보이지만 자세히 확대해보면 죽은 세포와 울퉁불퉁한 구멍으로 가득하다. 이를 좀 더 확대하면 피부에 사는 수만 마리의 세균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손을 깨끗이 씻어도 세균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인간의 피부는 세균에게 수많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근사한 뷔페식당이나 다름없고, 세상은 세균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피부는 외부 손상이나 세균의 침입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피부에 난 상처가 쉽게 아무는 것도 그 덕분이다. 한편 피부가 재생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하게 나이와 비례한다. 가령 10대에는 하루면 낫는 상처가 20대에는 이틀, 30대에는 사흘, 40대에는 나흘이 걸리는 식이다.
이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피부의 부속기관에는 체모, 손발톱, 피지선, 땀샘, 피하조직 등이 있다. 피부세포의 일부는 체모를 만드는 모낭을 형성하는데, 피부에 있는 모낭의 개수는 500만 개나 된다고 한다. 이곳 모낭에서 새로 만들어진 체모 세포는 오래된 세포를 밀어낸다. 이로써 모공 밖으로 나온 체모, 즉 우리가 털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이미 죽은 세포다. 머리를 자르거나 수염을 밀 때 아픔을 느끼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부 색깔은 어떻게 결정될까?
피부의 색깔은 멜라닌을 얼마만큼 분비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흑인은 멜라닌을 많이 분비하고 백인은 적게 분비한다. 그건 왜 그럴까?
이는 인종의 유전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습득된 형질이 유전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외부 자극, 특히 햇빛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햇빛이 강한 적도 근처에 사는 사람은 피부가 까맣고, 북극이나 남극으로 갈수록 색이 연해진다.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의 색깔도 적도에 가까울수록 까맣고 멀어질수록 연해져서 금발이나 은발이 된다. 파란색, 초록색, 갈색 등 눈동자의 색깔도 멜라닌 색소의 영향을 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키도 햇빛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햇빛이 적은 지역 사람이 키가 크고, 적도 근처로 갈수록 사람의 키가 작아진다고 한다.
나무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를 빽빽하게 심으면 햇빛을 보기 위해서 키가 커지지만, 드문드문 심으면 키가 크지 않아도 햇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장이 더디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수만 년 아니 수십만 년 동안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햇빛을 많이 받는다고 키가 크는 것은 아니다.
생활 환경뿐 아니라 건강 상태나 섭취한 음식물 등도 피부 색깔에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몸에 좋다고 당근을 과하게 먹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얼굴과 손바닥이 노래진다. 당근에는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이 들어있는데 이것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피부색이 노랗게 변한다.
담즙 성분의 하나인 빌리루빈의 혈중 농도가 올라가도 피부와 안구가 노래진다. 이런 증상을 황달이라고 한다. 간염 환자나 신생아가 주로 황달 증세를 보인다. 한편 혈액에 산소가 부족하면 피부색이 파래진다.
이를 청색증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얼굴이 파랗게 변한다.
◇ 무좀에서 화상까지, 지긋지긋하거나 치명적이거나
여름철에 많이 생기는 무좀은 곰팡이에 의해서 생기는 질병이다. 무좀은 한 번 생기면 완전히 치료되지 않고 계속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이유는 곰팡이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다가 땀이 나서 습한 상태가 되면 다시 번식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입술 주변에 생기는 물집은 의학용어로 구순포진이라고 부른다. 구순포진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병으로 평소에는 조용히 잠복하고 있다가 감기에 걸리거나 피로할 때, 즉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신경을 타고 내려와 물집을 만든다.
안타깝게도 이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다. 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구순포진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접촉성피부염, 아토피성피부염, 건선 등 피부병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그중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각질이 비늘처럼 일어나는 것이 특징인 건선은 북유럽 고위도 지역 사람들에게 주로 생긴다. 그래서 햇빛과 관계있다고 생각된다.
피부와 관계된 가장 큰 응급상황은 화상이다. 다른 장기가 모두 정상이라도 피부가 일정 수준 이상 화상을 입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 따라서 심한 화상을 입었다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그러면 화상의 진단은 어떻게 할까? 화상을 진단하는 데는 특별한 원칙이 있다. 9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몸의 표면적을 9퍼센트, 혹은 그의 배수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따르면 머리와 얼굴 목 등은 9퍼센트, 몸통의 앞뒤는 각각 18퍼센트, 팔이 9퍼센트, 다리가 좌우 각각 18퍼센트다.
그리고 남은 1퍼센트는 생식기 주변이 된다. 이것을 기초로 우리 몸의 몇 퍼센트가 화상을 입었다고 판단한다. (3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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