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을 틈탄 국내 석유 유통시장의 ‘기름값 장난’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제 시세 상승을 빌미로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담합, 가짜 석유 판매 등 민생 물가 안정을 해치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벌에 처하겠다는 경고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동 상황 대응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 편승해 민생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도 가파르게 뛰자, 산업부가 정유사와 유통업계를 한자리에 불러 가격 안정을 직접 주문한 것이다.
김 장관은 “평상시 국제유가와 2주 정도의 시차로 움직이는 국내 석유 가격이 요 며칠 사이 급등했다”며 “일반 국민은 석유 가격이 오른 땐 빨리 오르고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동 상황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이고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석유 가격을 책정해 달라”고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에 당부했다.
이날 회의는 김 장관이 전날 저녁 캐나다·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소집됐다. 회의에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 업계 단체가 참석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농협경제지주, 한국도로공사 등 관계 기관도 함께해 가격 동향과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심화되자 산업부는 지난 5일 오후 3시를 기해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 대응 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의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고, 해외 생산분 도입을 확대하는 등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단계별 비축유 방출 계획을 세워 수급 위기 악화 시 즉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산업부는 가격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유가 상승기에 편승한 담합, 가짜 석유 판매, 정량 미달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범부처 합동점검 및 특별기획점검을 통해 강력히 단속하고 적발 시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넘어선 부당 인상, 사업자 간 가격 담합, 품질·수량을 속이는 불법 유통 관행 등을 정조준한 것이다.
최근 국내 주유소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휘발유·경유 가격이 짧은 기간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주유소에 화물차와 승용차가 몰리는 등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민심을 고려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업계에 자율적인 가격 안정 노력과 투명한 가격 책정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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