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승리를 확정한 순간, 대만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평소 '미국' 제스처를 자주 하던 장위청 조차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국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만에 4-5로 패했다. 1번 타자·3루수로 나선 김도영이 1-2에서 역전 투런포, 3-4에서 동점 2루타를 치며 '원맨쇼'를 펼쳤지만 다른 선수 지원이 부족했다.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더 긴장한 건 한국이었고, 결국 먼저 내준 1점을 따라잡지 못했다. 한국은 1승 2패를 기록, 9일 호주전에서 최대 2실점, 5점 차 승리를 거둬야 토너먼트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대만은 8강 진출 희망을 이어간 것보다 한국전 승리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선수들은 승리 순간 마치 우승한 것처럼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많았다. 가장 권위 있는 야구 국제대회인 WBC, 그야말로 최정예 멤버를 구성해 나서는 무대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이겼기 때문일 것이다. 대만은 2006·2009·2013·2017년 대회 예선전에서 모두 한국에 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이번 WBC 전까지 치른 6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한국에 밀리지 않는 야구 강국으로 올라섰지만, WBC 승리는 그 의미가 달랐다.
대만은 승리에 간절했다. 지난 5일 호주전에서 사구로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던 천제셴은 연장 10회 지리지라오 공관의 대주자로 2루에 나서 희생번트와 스퀴즈 상황에서 홈까지 파고 들어 득점했다. 그가 출전한 자체가 투혼이었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현장 인터뷰를 통해 천제셴이 말한 한국전 승리 의미를 전했다. 천제셴은 "어릴 때부터 WBC를 봤다. 대만은 한국에 항상 고전했다. 그런 한국을 이겼다는 것은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이 될 것이다. 다른 국제 대회에서 만났을 때 우리는 더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 대만이라도 실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멋진 상대와 훌륭한 경기를 펼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한국에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7일 한일전에서 일본 승리를 이끈 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정말 훌륭한 경기"라고 했던 오타니 쇼헤이처럼 대만의 캡틴도 한국 전력을 치켜세우며 자국 승리를 더 조명했다.
대만이 5-4로 역전한 뒤 연장 10회 말 마운드에 오른 쩡쥔위에도 한국전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는 2루에 김주원을 두고 첫 타자 김형준을 상대해 희생번트를 내줬지만, 후속 김혜성에게 1루 땅볼을 유도해 3루에 있던 김주원을 홈에서 잡아내는 데 기여했다. 이후 김혜성에게 도루를 허용했지만, 이날 홈런과 2루타를 친 김도영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대만의 승리를 지켜냈다.
쩡쥔위에는 경기 뒤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났다. 정말 쉽지 않은 순간이다. 쑹청루이(우익수)가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지난 대회(2023년)에서 부진했던 쩡쥔위에는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하며 성장했다.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했다.승리가 간절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한국전 WBC 승리를 염원했던 대만 선수들은 그야말로 투지와 투혼의 경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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