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월드컵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대외 정책과 정치 상황이 대회 분위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민 단속 강화와 중동 군사 충돌, 동맹국과의 갈등 등이 겹치면서 미국의 국제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3일(현지시간)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이 역사상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해 104경기를 치르는 최대 규모 대회가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티켓 판매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여러 경기의 입장권이 이미 매진된 상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재집권한 이후 추진해온 정책들이 대회 준비에 복잡한 변수가 되고 있다. 강경한 이민 정책과 국제 갈등이 이어지면서 해외 관광객 감소가 우려되고 있으며, 이는 월드컵 기간 미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 700만 명의 축구 팬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이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사망하게 한 사건은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이 몇 주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축구협회 회장 메흐디 타즈는 공습 직후 “이란이 월드컵 참가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월드컵 참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국제축구연맹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개막 100일을 앞둔 이날 연설에서 전쟁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월드컵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행사이며, 지금 같은 시기에 그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도 국제 관계에 긴장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초기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정책을 강화했으며, 특히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빚었다. 그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고, 멕시코가 마약 카르텔 단속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군사 개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또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정책 변화로 유럽 동맹국들과의 긴장도 높아졌다. 최근 스페인이 자국 군사 기지를 미군의 이란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용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경한 이민 정책 역시 월드컵 개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1월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하면서 75개국의 이민 비자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이 가운데 이란, 아이티,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 4개 국가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다.
백악관은 이러한 조치가 관광 비자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월드컵 티켓을 가진 팬들에게는 신속한 비자 면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비자가 발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 공항에서의 입국 심사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실시한 대규모 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다.
코트디부아르 공식 팬클럽 회장 줄리앙 콰디오 역시 “이런 집행 체계는 우리가 축구를 즐기기 위해 온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월드컵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행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멕시코에서도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군사 작전으로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의 지도자 중 한 명이 사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대회는 예정대로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역시 “월드컵을 찾는 팬들은 위험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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