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카’ 관행도 막는데…해커에 털리는 카드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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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카’ 관행도 막는데…해커에 털리는 카드 보안

투데이신문 2026-03-08 14:33: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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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트에 게시된 신용카드 타인 사용 금지 안내문 ⓒ투데이신문
한 마트에 게시된 신용카드 타인 사용 금지 안내문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금융당국은 부모 카드를 대신 사용하는 이른바 ‘엄마 카드’ 관행을 줄이기 위해 카드 사용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결제 주체와 카드 명의를 일치시켜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 핵심 결제 정보를 구매대행업자나 타인에게 문자나 메신저로 전달하는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정보 공유가 고도화되는 해킹 범죄의 진입 경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해외 직구 판매자 등에게 카드 결제 정보를 넘겼다가 정보가 유출되어 무단 결제가 진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물품 구매를 위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구매대행업자에게 전달했으며, 이 정보를 관리하던 시스템이 해킹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빌려 쓰는’ 문화가 키운 보안 불감증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카드사 약관은 카드 사용을 명의자 본인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카드를 발급받는 즉시 서명해야 하며,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양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분실이나 부정 사용 시 관리 책임 또한 일차적으로 회원에게 있다.

마트나 식당 계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본인 카드 외 사용 금지’ 안내문은 단순한 권고가 아닌 법적 근거에 기반한 원칙인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 특유의 가족 지향적 소비 문화 속에서 부모 카드를 자녀에게 들려 보내거나, 학원비 결제를 위해 카드 정보를 학원 측에 맡기는 행위는 일종의 ‘편의’로 묵인돼 왔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 공유’ 습관이 온라인 결제 환경과 만나며 치명적인 보안 허점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 실물을 빌려주는 과거의 방식을 넘어, 이제는 메신저나 메모 형태로 공유된 ‘텍스트 데이터’가 해커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용자가 편의를 위해 스스로 제공한 정보가 역설적으로 본인의 금융 안전을 해치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제도권으로 들어온 ‘엄마 카드’...인식 변화는 ‘거북이’

금융당국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일부 카드사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시범 운영하던 만 12세 이상 미성년자 가족카드 발급을 일반 제도로 편입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청소년기부터 본인 명의(가족 합산 한도 내)의 카드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대여 관행’을 뿌리 뽑고 건전한 금융 습관을 길러주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소비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여전히 적지 않은 이용자가 카드 정보를 일종의 ‘공유 자산’처럼 취급한다. 업체가 해당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거나 시스템이 해킹당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보를 제공한 개인에게 돌아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실물 카드 분실이 주된 리스크였다면, 지금은 이용자 스스로 제공한 ‘결제 정보’의 유출 또한 큰 위협”이라며 “제도가 본인 확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도 이용자의 보안 인식이 ‘공유’에 머물러 있다면 금융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보안 인식 개선과 제도 보완 함께 필요”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만으로는 진화하는 금융 범죄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변화된 결제 환경에 맞는 기술적 방어막 구축과 함께 이용자의 보안 인식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용자 스스로 보안 장치를 갖추는 ‘자기 방어’ 노력이 시급하다. 카드번호·유효기간·CVC 등 핵심 정보를 메신저 등으로 공유하는 행위를 지양하고, 구매대행 등 제3자를 거치는 결제 시에는 가상카드나 선입금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식의 ‘보안 내재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구매대행 사건처럼 카드 정보를 무단 양도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대여나 공유로 간주돼 법적·보안 리스크가 매우 크다”며 “토큰화(Tokenization) 및 가상카드 도입을 통해 온라인 결제 시 번호 노출을 원천 차단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마련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교수는 “금융당국이 가족카드 제도로 물꼬를 텄지만, 여전히 발급 절차나 이용 한도 등 현실적 제약 등으로 관행을 고착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비공식적인 정보 공유 수요를 제도권으로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서비스 문턱을 낮추는 등 정책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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