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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산업 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IAA)을 핵심으로 하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공개하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관련 영향을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까지 자국 중심 정책을 강화하면서 완성차 기업들의 현지 생산 확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전기차와 배터리, 핵심 원자재 등 전략 산업의 공급망을 유럽 내부로 집중시키고 역내 생산 제품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탈탄소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공급망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 보조금과 공급망 규정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EU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역내 생산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차량 부품의 상당 부분을 유럽 또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 가치의 70% 이상을 유럽 또는 FTA 국가에서 생산해야 보조금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정책은 미국 IRA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미국 IRA가 북미 생산 차량에만 보조금을 제공하는 반면 EU는 FTA 체결국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FTA 체결국을 인정한 점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EU 정책은 미국 IRA와 달리 FTA 국가에서 조립된 전기차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유럽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 기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에 공장이 있는 현대차, 기아와 한국의 배터리 기업은 마켓쉐어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현지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EU는 배터리, 전기차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에도 새로운 조건을 적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 기업이 전략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지분 제한, 공동 투자, 기술 이전, EU 인력 채용 등 최소 4개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은 특히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부정적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생산 거점을 갖고 있어 EU 보조금 정책 변화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 생산으로 전량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산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근거해 FTA 체결국에 대해선 역내 조립 조건을 제외해달라고 하는 등의 요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블록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유럽 연간 자동차 수출 대수는 연간 약 40만 대에서 50만 대 사이를 기록하고 있는데, 현지 생산을 무작정 늘리기는 어려운데다 현지 생산을 한다고 해도 차량 부품 70%가 역내 생산돼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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