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성노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중동사태 여파로 고환율·고유가·고물가 '3고(高)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권이 비상 대응체계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으며 금융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은행권 역시 실물경제 충격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선제적 대응 방안 수립에 나서고 있다.
국내 경제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동 리스크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까지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5일(현지시각)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일 대비 8.51% 상승한 배럴당 81.0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4.93% 오른 배럴당 85.41달러에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통로로 봉쇄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의 69.1%가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내에서 유가 상승과 환율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수입물가를 통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6%p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뛸 경우 국내 성장률이 최소 0.3%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상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금융당국·은행권 시장점검회의·금융지원책 가동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긴급 금융시장점검회의·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긴급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금융시장반 실무점검회의 등을 개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금융위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재경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비상대응 금융시장반'을 즉각 가동했다. 정부는 한국산업은행(8조원)·IBK기업은행(2조3000억원)·신용보증기금(3조원)이 운영하는 총 13조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자금지원, 금리감면 등)을 통해 중동상황에 영향을 받은 중소·중견기업을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각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현황·현장애로·기업 건의사항 등을 일별로 점검하고 이를 기관 간에 공유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초빙해 중동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그동안 높은 상승세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우리 기업의 실적,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자본시장 자금유입 등 상승 동력이 여전한 만큼 증시의 ‘추세적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부가 증시 변동현황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등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정책 대응능력도 갖추고 있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불안보다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정부차원에서의 협업체계도 강화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 중인 수출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황‧기업애로 등을 금융위 및 각 기관에 공유하고 동 센터에 피해기업이 문의‧상담시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의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안내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계기관 간 협력을 통해 기업 지원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예정이다.
은행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동상황 비상대응 대책회의’를 통해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따른 물류 차질,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실물경제 충격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역외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선제적 대응 방안을 수립했다.
대표적으로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 가동 △외화 유동성 공급 강화 △원유 구입 등 공급망안정화 지원 △중동 지역 직원 안전 대책 마련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2.2%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올해 7조원, 향후 5년간 총 40조원 규모의 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일 '비상대응체계' 즉시 가동해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유동성 상황과 외환 및 자금시장 동향 등에 대한 점검했다.
우리은행은 수출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류비 증가 등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중동지역 피해 중소기업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중동지역 수출·수주 기업 △중동 관련 거래 감소 또는 지연 피해 기업 △물류비·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경영 애로 발생 기업 △기타 중동 정세 영향이 확인되는 중소·중견기업 등으로 최대 5억원 한도의 운전 및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추가적인 지원책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무역보험공사에 총 42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총 8000억원 규모의 보증서 대출을 업체당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하고 수출입 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이란 사태 관련 현지 교민 대상 인도적 지원 및 피해기업에 대한 긴급 특별 금융지원 실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란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총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고 해당기업에 최대 5억원 이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만기도래 여신 최장 1년 이내 기한 연장 △최장 6개월 이내 분할상환 유예 △최대 1.0%p 범위내 대출금리 감면 등의 방식으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들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분쟁 리스크 확대로 경영 애로를 겪는 수출 및 해외진출 중견·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신한 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지원 대상은 분쟁 지역에 진출한 기업과 수출입 실적을 보유한 기업 및 협력사로 △피해 규모 범위 내에서 최대 10억 원의 운전자금 및 시설복구 자금 지원 △최고 1.0%p의 특별우대금리 적용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에 대해 추가 원금 상환 부담 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만기 연장을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분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및 해외진출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일부터 선제적으로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분쟁 지역 진출 기업과 수출입 실적이 있는 기업 및 협력사이며, 최고 1.0%p의 특별우대금리 할인과 함께 피해규모 이내에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과 피해시설 복구를 위한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을 보유한 피해기업에는 추가 원금상환 부담 없이 특별우대금리 할인을 적용해 기한 연장을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사태 발생 직후 단기 충격·긴장 장기화 등 시나리오별로 글로벌 경제 영향과 금융시장 파급 효과를 상세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KB증권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유의사항을 고객에게 신속히 안내했으며, KB국민카드는 항공·여행 가맹점 등 관련 업종 매출 추이 점검과 함께 유가 급등과 소비 위축으로 인한 실물경제 영향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NH농협금융도 비상대응체계 가동해 '시장대응 애자일 조직'을 통해 △중동 국가 익스포즈 점검 △연관산업 영향 및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따른 유형별 리스크관리 방안과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위기극복 비상지원 프로그램’ 가동해 △최대 5억원 규모 신규 시설 및 운전자금을 신속히 지원하고 최대 2.0%p 특별우대금리 적용 △원리금 및 이자 납입에 대해 최대 12개월까지 상환유예 등을 실시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사황점검회의를 통해 "3월에는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측면에서의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며, "최근의 낮은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 정부 물가안정대책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향후 물가 흐름은 중동 상황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며,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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