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9일부터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하는 가운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가입률이 높은 상황에서 강도 높은 참여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제품 생산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본부)는 9일부터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본부에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조합원 규모는 약 8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본부 측은 지난 5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투표 결과 과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4월 23일 조합원 참여 집회를 개최하고, 이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해당 방송에서 "총파업 기간 모든 집행부가 평택 사무실을 점거해 집회를 진행하고 스태프를 모집해 사업장 사무실을 관리·감독할 계획이다"며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직원이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배나 해고 대상에 우선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강제 전배나 해고 대상의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내부 반발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파업 기간 신고센터를 운영해 회사에 협조적인 직원을 신고할 경우 포상하는 제도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일부 직원들은 이를 두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과도한 압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두 번째 파업을 맞게 된다. 앞서 2024년 전삼노 주도로 처음 파업이 진행됐지만 당시에는 우려됐던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강경한 참여 독려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파업 참여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파업 당시 전삼노 조합원 수는 약 3만2000명이었지만 현재는 초기업노조 조합원만 6만6000명을 넘는다.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노조에 가입한 사실상 과반 노조 체제가 형성된 셈이다.
특히 조합원 가운데 약 5만명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소속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 탑재를 위한 제품 생산에도 돌입한 상태다.
HBM은 통상적으로 웨이퍼 투입 이후 제품 출하까지 약 6개월이 걸린다. 웨이퍼 투입 후 4~5개월 뒤 제품이 완성되고 이후 AI 가속기에 적용하기 위한 패키징 작업에 1~2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 베라 루빈 AI 가속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노조가 총파업 시기로 예고한 5월은 HBM 생산이 한창 진행되는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상한선 폐지 여부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 기준의 투명성 확보와 상한 폐지를 요구하면서 사업부 간 차등 적용 논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기본급 인상 요구도 5% 수준까지 낮춘 안을 제시했다.
반면 사측은 OPI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 20%와 영업이익 10%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DS부문이 영업이익 100조원을 달성할 경우 OPI 100%를 추가 지급하는 특별 포상안도 제안했다.
또 임금 인상률 6.2%와 자사주 20주 지급 등 보상 확대 방안도 제시했지만 노조는 OPI 상한 폐지 요구를 유지했다. 사측 역시 사업부간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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