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점심 무렵의 동대문종합시장, 각종 원단과 부자재를 취급하는 상가에 일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얼 저리 열심히 고르고 있는 걸까. 예쁘고 귀여운 아이템으로 가득한 매장은 마치 동화 속 꿈의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들이 빠져있는 그것은 바로 '볼꾸'에 필요한 파츠·구슬·본체 등의 장식소품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빠르게 퍼지는 영상이 있다. 볼펜에 예쁜 장식을 직접 붙이는 영상이 그것인데 일명 '볼꾸(볼펜 꾸미기)'라고 불리며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볼꾸 성지로 불리는 동대문시장의 재료 상가를 찾고 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나이에도 예쁜 장식을 한 볼펜을 보니 갖고 싶다. 아니, 나도 한번 나만의 볼펜을 꾸미고 싶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재료상가는 주말이면 몰려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여유 있게 평일 점심 무렵에 시장을 찾았다. 적당한 인파와 눈이 돌아갈 만큼 깜찍하고 귀여운 소품들은 찾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역시나 이런 걸 얘기할라치면 '라떼는' 타령이 나오기 마련인가 보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오래전의 일이다.
왜 '볼꾸'에 빠져들까?
수학여행지의 기념품 상점에는 몽둥이처럼 커다란 볼펜이나 연필을 팔곤 했다. 예외 없이 불국사나 속리산 같은 글자가 새겨있던 그것들은 당최 실용성은 없지만 특이함으로 인기 만점이었다. 실제 쓰일 일은 없었지만 저마다 커다란 볼펜·연필을 선물용으로 사곤 했다.
그 뭉툭하고 거대한(?) 선물은 어떻게 사용되고 버려졌을까 새삼스레 궁금해진다. 그때도 평소 사용하던 필기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지갑을 열게 했는데 온갖 귀여움으로 장식된 요즘 볼펜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더구나 내가 직접 고르고 만든 단 하나의 작품이고 보면 볼펜 꾸미기, 볼꾸의 인기는 당연하다.
나만의 개성은 이런 것
볼펜은 누구나 쓰는 아주 평범한 물건이다. 하지만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색과 반짝임, 캐릭터까지 붙이면 그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것이 된다. 게다가 취미로 즐기기에 가성비도 그만이다. 손톱만 한 크기의 소품으로 볼펜 본체를 맘껏 꾸민다 해도 5000원이면 충분하다.
선물용으로 또는 내게 주는 선물로는 가성비 면에서 최고다. 더불어 빠질 수 없는 이 시대의 필수 요건인 SNS에서의 보여주기도 한몫한다. 만드는 영상으로 결과물을 공유하고 때론 경쟁하는 즐거움을 나누기도 한다.
매장에 직접 가서 느낀 점은 또 있다. 단순히 젊은 층이나 청소년층에서만의 유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과 함께 온 부모들, 소품 하나하나에 열띤 반응을 보이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나처럼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쁘고 귀여운 것들 앞에선 누구나 나이를 불문하고 무장 해제되는 마법이 있다. 단점이라면 너무 예쁜 것들이 많아서 결정장애가 온다는 점이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유행은 초고속으로 뜨고지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쫀쿠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구매 줄은 하염없이 길고 오픈과 동시에 품절 사태를 빚곤 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새 시들해진 인기는 저녁 무렵까지 진열대에 남아있는 두쫀쿠가 말해주고 있다.
대신 봄동 비빔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뭇사람들의 창작열을 자극하고 있는 볼꾸 열풍도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과정을 즐기는 문화라는 장점이다.
단지 새로운 유행이라기보다는 개성표현과 함께 작은 즐거움을 찾는 문화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유행과는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저렴한 비용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고 공유하고 즐기는 볼꾸 열풍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볼펜 꾸미기 말고도 빗꾸, 그러니까 머리빗을 꾸미는 것도 있다. 이것저것 계획 없이 고르다 보니 색상도 디자인도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오늘부터 내 가방 속엔 세상에 하나뿐인 빗과 볼펜이 들어있으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하다.
☞볼꾸= 볼펜 꾸미기의 줄임말로, 기성 제품인 볼펜 본체에 파츠, 비즈, 스티커 등 다양한 부자재를 붙여 나만의 개성 있는 필기구를 만드는 문화를 뜻한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이어리 꾸미기(다꾸), 신발 꾸미기(신꾸) 등 꾸미기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디지털 환경이 일상이 된 시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친숙한 도구로 감정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과 흐름을 무겁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칼럼니스트 활동 외에도 강의와 그림 모임, 전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저서로는 <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 , <그림에書다> , <그리고 피우다> 등이 있다. 그리고> 그림에書다> 색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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