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은 왜 사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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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은 왜 사과했나?

BBC News 코리아 2026-03-08 09:33: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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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정장을 입고 앞을 바라보고 있다.
Getty Images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최근 이웃 국가들을 향한 공격에 대해 사과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현지시간 7일 오전 이란의 과도 지도부 체제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가 간 사과는 드문 일이며, 특히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발언의 표현 또한 눈길을 끌었다. 보통 지도자들은 '유감(regret)'을 표명하거나 책임에서 거리를 두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웃 국가들이 실제 공격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직접 인정했다. 그는 또 해당 국가 영토에서 이란을 향한 공격이 시작되지 않는 한, 이란군이 더 이상 이들 국가를 공격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격을 받은 이웃 국가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웃 국가들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한 가지 의문을 낳는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사과인지, 그리고 왜 지금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인지다.

한 가지 가능성은 과도 지도부가 확산되는 지역 내 파장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 일부 국가들은 지난 2월 28일 토요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감행한 공격 이후 이어진 충돌의 여파에 휘말린 것으로 보인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초기 공격으로 이란의 고위 지휘관들이 사망하고 지휘 체계가 흔들리면서, 이후 일부 공격이 현장의 판단에 맡겨진 채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과 발언은 이란 정부가 전쟁을 더 큰 지역 분쟁으로 확대할 의도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일 수 있다.

이 메시지는 또 하나의 정치적 현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부 이웃 국가들이 자국 내 기지에서 미군의 작전을 허용했을 수 있지만, 이란이 그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할 경우 스스로 더 고립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과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역에서 들어오는 보도에 따르면 이란 또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의 공격은 아직 멈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토요일 오후 자국을 향한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란의 분열된 권력 구조 속에서 실제로 누가 통제권을 쥐고 있는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초기 공격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핵심 인사들이 사망하면서, 현재 의사 결정은 임시 지도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이론적으로는 이 구조가 단일 최고 권력자 중심 체제 아래에서보다 페제시키안 같은 인물에게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혁명수비대(IRGC)와 같은 강력한 군·안보 기관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연계된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는 지휘 체계에 문제가 있거나 대결 수위를 낮추는 데 반대하는 내부 세력의 저항이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안보 기관 내 강경파들은 오랫동안 지역에서의 압박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력에 맞서는 이란의 가장 강력한 억지력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내 반응에서도 이런 긴장이 드러난다. 일부 강경파들은 이미 페제시키안의 발언이 약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란의 정치 상황은 이례적이다. 최고 권력층의 강경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중간급 관료와 군 지휘관들은 유화적인 메시지에 깊은 불신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외국 정부에 사과하는 모습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굴복처럼 비칠 위험이 있다.

이란 밖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이웃 국가들에게 "사과하고 항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상황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압박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워싱턴이 이란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란이 받아들여야 할 유일한 결과는 "완전한 항복"이라고 반복해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외교적으로 모순을 낳는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무리 강도 높은 공습이 이어지더라도, 지상군 없이 한 국가가 무조건 항복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제시키안의 사과를 항복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워싱턴 입장에서는 정치적 '출구'가 될 수 있다. 즉, 공식적으로 항복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이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페제시키안과 임시 지도위원회의 계산은 다를 수 있다.

지금 휴전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영구 지도자가 등장하기 전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지도자가 강경 성향의 성직자가 된다면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전략적 질문도 제기된다. 페제시키안이 서방 국가들이 상대하기를 선호할 만한 '협상 가능한 지도자'로 자리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의 연설에서도 이러한 균형을 시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항복은 거부하면서도 이웃 국가들에 대해서는 자제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란의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경쟁도 이미 시작되고 있다.

정치·종교 지도자들뿐 아니라 혁명수비대와 안보 기관 지휘관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위기를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관인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가 신속히 후임자를 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만약 페제시키안이 상황을 안정시키거나 군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면, 경쟁 세력은 더 강경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당장의 시험대는 이란 국경 밖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이웃 국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거나 침묵을 지키며 이번 사과가 실제로 현장에서 변화로 이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

반면 이 갈등을 이란의 장기적 위협을 약화시킬 기회로 보는 이스라엘은 이를 긴장 완화의 진정한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이 같은 모호성은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

페제시키안의 사과는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지역 긴장을 완화하려는 진정한 시도일 수도 있고, 임시 지도부가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일 수도 있으며, 이란 내부 정치 구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내부 권력 경쟁과 외부 전쟁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번 갈등에서, 그의 사과는 그 세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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