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몸값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투수가 한국 타선에 혼쭐나고, 경기 후 상대를 향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일본과의 2차전에서 6-8로 패배했다.
비록 게임은 지면서 일본전 11연패를 막지는 못했지만, 7회초까지 동점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가면서 야구 강국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또한 지난 2023년 대회에서 투수진이 무너지면서 일본에 4-13으로 대패한 굴욕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게 됐다.
이날 한국은 김도영(지명타자)~저마이 존스(좌익수)~이정후(중견수)~안현민(우익수)~셰이 위트컴(3루수)~문보경(1루수)~김주원(유격수)~박동원(포수)~김혜성(2루수)이 스타팅으로 나섰다. 체코와의 첫 경기와 비교하면 김주원과 김혜성의 타순이 바뀌었다.
일본은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지난해 에인절스와 3년 6367만 5000달러(약 945억원)의 계약을 맺은 그는 33경기(178⅓이닝)에서 7승 11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했다. 빅리그 7시즌 만에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2번째로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기쿠치는 일본의 대만전 선발이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비하면 중량감은 떨어지나, 현역 메이저리거인데다가 구위 면에서는 충분히 한국 타자들을 압도할 수준은 된다. 그렇기에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기쿠치가 자신의 주무기를 잘 활용해 투구했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변화구를 잘 섞어 던지면서 좋은 흐름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 시작과 함께 한국은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1회초 선두타자 김도영이 기쿠치의 2구째 커브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든 것이다. 이어 존스마저 중견수 앞 빗맞은 안타를 때려내면서 순식간에 무사 1, 3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결정적인 찬스 앞에 선 3번 이정후는 초구 시속 96마일의 빠른 볼에 그대로 배트를 냈다. 잘 맞은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면서 3루 주자 김도영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선취점을 내는 순간이었다.
3연속 안타로 흔들린 기쿠치는 4번 안현민과 5번 위트컴을 각각 삼진과 2루수 뜬공으로 잡으며 2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3번째 고비는 넘기지 못했다. 6번 문보경에게 실투성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허용했다. 존스와 이정후가 모두 홈으로 들어오면서 기쿠치는 1회에만 3점을 내줬다.
그나마 기쿠치는 2회부터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박동원과 김혜성을 연속 삼진 처리한 후, 김도영을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3회에는 존스와 안현민에게 안타를 맞기는 했으나 실점하지 않았고, 5-3으로 앞서던 4회 시작과 함께 이토 히로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3이닝 6피안타 3실점의 기록이었다.
이후 한국은 이토에게 김혜성이 동점 투런 홈런을 터트리면서 5-5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7회말 박영현이 주자 2명을 내보낸 가운데, 바뀐 투수 김영규가 볼넷 2개와 안타를 맞고 3실점하며 재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에 호되게 혼난 기쿠치는 상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매체 '베이스볼 채널'에 따르면 경기 후 그는 "컨디션은 좋았지만, 한국 타선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 안정을 찾은 부분에 대해서는 "직구를 힘껏 던졌다. 힘으로만 던진 게 아니라, 코스에 대해 생각하고 던졌다"고 밝혔다.
일본은 1회초 3점을 내준 후 1회말 곧바로 스즈키 세이야의 투런 홈런을 추격했다. 기쿠치는 "동료들이 2점을 올려줬다. 이후 나올 점수가 어디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흐름이 좌우될 거라 생각했다"며 "0점으로 막고, 흐름을 한국에 넘기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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