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 하메네이 X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란은 항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란은 왜 쉽게 무너지지 않을까. 군사력이나 외교 전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튀르키예 쿠르드족 출신 언론인 알파고 시나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파고의 지식램프'가 이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7일 공개했다.
알파고 시나 씨. / '알파고의 지식램프' 유튜브
영상 제목은 '왜 이란은 항복하지 않는가? 순교의 역사 & 카르발라 학살 사건'. 알파고 시나씨는 1988년 튀르키예 동부 으드르 지방에서 태어난 쿠르드족 출신이다. 충남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를 거쳐 한국에 귀화한 방송인이다. 튀르키예 민영 지한 통신사의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그는 현재 중동 정세와 국제정치를 해설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영상은 먼저 이란 내부 분위기에 대한 오해를 짚는다. 해외에서 유포되는 일부 영상에는 반정부 세력이 거리로 나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환영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알파고 시나씨는 이를 "해외에 있는 반정부 세력이 광장에 나와 기뻐하는 것"이라며 이란 국내의 실제 분위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대놓고 나와 기뻐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혁명수비대가 오기 전에 현지인들이 먼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에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시민이 상당수 목격됐다. 알파고 시나씨는 "북한처럼 동원령을 받아 나온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내 반정부 감정이 존재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반정부 시위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약 3000명으로 알려졌지만, 알파고 시나씨는 "인권단체들이 일일이 연락해 집계한 수치가 이미 7000~8000명대였다. 내가 보기엔 1만 명에 가까울 것"이라며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만 명이 죽었으면 최소 10만 명, 어쩌면 수십만 명이 이란 정권에 분노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란 사회 한편에서 체제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작동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시아파 이슬람의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우즈마에 대한 신앙적 결속이 있다. 아야톨라 우즈마는 시아파 이슬람에서 학식과 인품이 가장 뛰어난 최고위 종교 지도자에게 부여하는 존칭이다.
알파고 시나씨는 "아야톨라 우즈마 한 명 밑에 최소 10만 명의 신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재단 조직과 신도 네트워크를 통해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 지도자가 아닌 종교적 구심점을 잃은 것이기에 그 충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알님느를 처형했을 때도 이란 내 격렬한 시위와 함께 이란-사우디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알파고 시나씨는 "그 성직자는 시아파 기반이 약한 지역에 있던 비주류 인물이었는데도 그 정도였다"며 이번 사태가 그보다 훨씬 큰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영상의 핵심은 서기 680년의 카르발라 학살 사건이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 후세인이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당시 이슬람 지도자 야지드에게 학살된 이 사건은 시아파와 수니파 분열의 상징적인 기점이 됐다. 후세인은 출발 당시 측근들의 만류를 받았다. 그를 초대한 이라크 쿠파 주민들이 이미 등을 돌린 상황에서 고작 72명의 추종자와 함께 길을 나서는 것이 무모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후세인은 "나는 반란을 성공시키기 위해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쿠파 사람들을 신뢰해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이슬람의 지도자는 정의롭게 공동체를 다스리지 않는다. 누가 한 명이라도 저항하지 않으면 훗날 무슬림들은 정의가 없어질 때 저항할 힘을 잃을 것이다. 나는 그 힘을 실어 주려고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 서사가 시아파 공동체에서 순교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알파고 시나씨는 이 역사적 기억이 현재 이란 신정 체제 지지자들의 언어로 다시 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란 신정 체제를 지지하는 이들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후세인의 순교 이야기를 들으며 울었다. 지금 그 기회가 왔다. 우리가 후세인이 가는 그 길에서 함께 순교할 수 있는 날이 왔다'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이란 인구 9000만 명 가운데 이러한 신념을 강하게 공유하는 층을 그는 최소 12%, 많게는 30~40%로 추정했다. 그는 "하나의 소수 집단이 이란을 다스리는 게 아니다. 이 생각, 이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무기와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내 온건파나 개혁파에 대한 외부의 기대에도 선을 그었다. 알파고 시나씨는 "이란에서는 온건파든 개혁파든 하메네이를 얼마나 더 사랑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이란의 개혁파도 온건파도 이란 신정 체제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혁파에 희망을 거는 것은 이란 정치 구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이 외부 압력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군사력이나 정치 계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1400년 전 카르발라에서 시작된 순교의 서사가 이란 국가 정체성 깊숙이 뿌리내려 있고, 이를 공유하는 사회적 기반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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