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의 '대표 땅꾼' 고영표가 홈런 3방을 허용했다. 언더핸드 투수의 치명적인 약점이 '홈런'이라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시대의 고영표에게 어색했던 내용과 결과물이었다.
고영표는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에 선발 등판, 2⅔이닝 동안 51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3피홈런) 4탈삼진 1볼넷 4실점했다.
3개의 피안타와 4실점 모두 홈런에서 나왔다. 고영표는 3-0으로 앞선 1회 말,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1사 후 스즈키 세이야에게 추격의 2점포를 허용했다. 3회 말엔 1사 후 오타니에게, 2사 후 스즈키에게 홈런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높은 공을 통타 당했다. 1회 스즈키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높게 제구가 되면서 홈런으로 이어졌고, 3회 두 홈런은 모두 높은 커브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제구가 되지 않았다. 평소 제구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고영표에겐 낯선 장면이었다. 특히 그의 땅볼 유도 능력은 리그 톱급이다. 지난해에도 리그 5위에 해당하는 땅볼/뜬공 비율 1.60을 기록했다.
사실 고영표는 최근 큰 변화를 맞았다. 2024시즌부터 KBO리그에 ABS가 도입되면서 투구 방식과 전략을 바꿨다. ABS에서는 홈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 두 곳에서 공이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야 한다. 변화구의 각이 큰 사이드암 투수들의 공이 통하지 않았고, 실제로 고영표는 2024년 평균자책점(ERA) 4.95에 그쳤다.
이후 고영표는 조금 더 공에 힘을 싣는 전략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높은 코스의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본 그는 낮은 코스보다 높은 코스, 공의 상승 각도를 높이는 데 노력했다. 그렇게 그는 2025년 11승(8패) ERA 3.30으로 부활했다.
문제는 WBC였다. WBC에선 ABS를 적용하지 않는다. 다시 인간 심판 체제에서 공을 던지게 된 고영표는 2024시즌 전의 투구 패턴으로 돌아가야 했다. 고영표는 이날 일본전에서 체인지업과 커브를 잘 섞어가며 낮은 공을 유도, 4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은 공은 여지없이 홈런으로 이어졌다. 다시 맞은 인간 심판 체제에서 고전한 고영표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고영표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볼넷을 허용하는 등 영점을 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고백했다. 일본 타자들을 의식하다 까다롭게 전개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했어야 했는데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하다"라며 경기를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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