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로 치솟은 가운데 미국 고용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월가 안팎에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200달러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와 고유가가 인플레이션 상승은 물론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7일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월가 주요 은행과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100달러 임박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나아가 200달러를 향해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올해 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76달러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배럴당 71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조정이 낙관론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실상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동량이 5주 더 현 수준에 머문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이 무색하게 브렌트유 선물(5월 인도분 기준) 가격은 6일 전장 대비 8.52% 급등한 배럴당 92.69달러에 마감돼 배럴당 100달러선 도달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2022년 3월 이후 최대 일간 상승 폭이었다.
◆ FT “200달러 유가 더 이상 상상속 머무르지 않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러미 시겔 교수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이번 주말 안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다음 주 중 배럴당 100달러 대 유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 2∼3주 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FT의 룰라 칼라프 편집국장은 전날 '배럴당 200달러 유가는 더 이상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란 제목의 뉴스레터에서 2000년대 후반 유가의 고점이 배럴당 147달러였는데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22달러에 해당한다고 썼다.
◆ 美 비농업 고용 9.2만명 감소...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유가 급등 경고 속에 지난달 미국의 일자리가 급감했다는 소식까지 겹치자 월가 안팎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이날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9만2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5만명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 예상(다우존스 집계 기준)을 큰 폭으로 밑도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1월 4.3%에서 2월 4.4%로 상승했다.
유럽의 경우 이날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오기 전부터 스태그플레이션 경고가 나왔다.
필리프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FT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며 "이 같은 분쟁이 경제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인 이코노미스트의 이러한 발언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로 받아들여졌고 유럽에선 ECB가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고 다음 정책 변화 행보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중동 전쟁 발발 이전부터 월가 일각에선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 내놓은 2026년 연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의 단기 전망에 대해 "무역 갈등, 이민 규제, 심화되는 'K자형'(양극화) 경제의 위험에 따른 성장 둔화가 3% 주변에서 고착화된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미국 경제를 명백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제이컵슨 애넥스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AP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2월 고용 지표는 좋게 포장할 방법이 없다"며 "유가 급등 속에 고용 감소까지 겹치면서 트레이더들은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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