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합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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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합법적인가?

BBC News 코리아 2026-03-07 14:2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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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두 아이의 사진을 든 채 다른 여성에게 기대어 있다. 주변에 몰린 인파의 일부가 보인다.
Amirhossein Khorgooei/ISNA/West Asia News Agency via Reuters
이란 당국이 미국·이스라엘이 남부 지역 학교를 공습했다고 발표한 후,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동시다발적으로 공습하고, 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이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에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며 이를 규탄했다.

양측은 모두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최초의 공격이 국제법상 합법적이었는지 판단하려면,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뒤 대부분의 국가들이 합의한 국제법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폭격을 시작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헤란이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고 "머지않아 미국 본토에도 닿을 수 있는"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3월 2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이 있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그들을 공격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항공사진. 지면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구덩이가 최소 다섯 줄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일부는 표시만 되어 있고 아직 파내지 않은 상태다. 현장에는 굴착기 세 대가 작업 중인 모습이 보인다.
EPA
이란 정부는 남부 미나브 시의 한 학교에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한 묘지라고 주장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한편 아이작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BBC 라디오 4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이란이 "폭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가 위치한 중동 국가들을 폭격하며, 이는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사상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란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165명의 여학생과 교직원이 사망한 것으로 이란 당국이 주장한 미국·이스라엘의 학교 공습을 포함해 780명 이상이 숨졌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2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여러 국가에서는 미군 6명을 포함해 수십 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공격은 합법적이었나?

BBC가 인터뷰한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최초 공습이 합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란의 보복 공격 역시 국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유엔 설립 문서인 유엔 헌장에 따르면, 특정한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지돼 있다.

두 가지 조항이 핵심이다.

  • 제2조 4항: 다른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 또는 위협을 금지한다.
  • 제51조: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허용한다. 일부 국가는 이 조항이 '임박한 공격'도 포함한다고 해석한다.
사람들이 공습으로 인해 부서진 건물 주변에 몰려 있다.
Reuters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습을 단행했으며, 그중에는 수도 베이루트 외곽 지역도 포함돼 있다

핵심 법적 쟁점은 이란이 '임박한 위협'을 제기했는지 여부다.

영국 고등법률연구소(Institute of Advanced Legal Studies)의 국제법 전문가 수잔 브로 교수는 합법적 자위권 행사가 인정되려면 "임박한 공격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자신은 그런 증거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국제형사재판소(ICCT) 기소를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이끌었던 인권변호사 제프리 나이스 경도 같은 견해다. 그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전쟁 개시가 불법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도 많은 민주당 인사들은 이번 이란 공격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 선포권은 의회에만 부여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다만 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공식적인 전쟁 선포 없이도 특정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임박한 위협이 있었나?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고층 건물 상층부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고,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인접한 또 다른 고층 건물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Reuters
바레인에서는 한 건물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후 화염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6월 세 곳의 핵시설을 폭격한 뒤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시도했으나, 이란이 "핵 야망을 포기하라는 모든 기회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했으며, 미국의 동맹국과 해외 주둔 미군을 위협하고 결국에는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정보·안보팀 소속으로 있었던 에즈라 코헨은 BBC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공격 결정을 내리기 전, 이란이 미사일 전력을 타격 준비 상태로 두고 있었다는 보도가 충분히 많았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매우 크고 야심적인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정보국(DIA)이 2025년 5월 발표한 보고서 역시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을 생산하기까지는 여전히 수년이 걸릴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또한 지난해 12일간의 이스라엘-이란 전쟁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소멸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사실이, 이번에 제기된 '임박한 위협' 논리와 상충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 대의 차량이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저 멀리 지평선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 보인다.
Reuters
이란의 드론 공격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에 있는 사우디 아람코의 라스 타누라 정유소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국제법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임박성(imminence)'을 얼마나 좁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케임브리지대 국제법 학자 마크 웰러는 전통적으로 임박성은 "공격이 불가피하게 자국 영토에 떨어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시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브로 교수는 한 국가가 선제적 자위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해서도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다고 말한다. 일부는 공격이 이미 시작된 뒤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공격이 매우 가까운 시일 내 발생할 것이라는 신뢰할 만한 증거"만 있어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10년 후는 아니다"라고 브로 교수는 강조한다.

그는 또 합법적 자위권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필요성', 즉 "다른 수단을 선택할 여지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것과 '비례성'이다.

웰러와 브로 교수 모두 1967년 6일전쟁(제3차 중동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선제 타격한 사례를 현대사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선제적 자위권 사례 중 하나로 꼽는다.

브로 교수는 당시 많은 이들이 국경에 집결한 이집트군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때조차 이스라엘의 공격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동"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밤사이 소방관이 호스를 이용해 주황색 불길에 휩싸인 차량에 물을 분사하고 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차량들도 심각한 파손 상태를 보인다.
Reuters
이란은 2월 28일 미사일과 드론을 사용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공격했다

이란의 대응은 합법적이었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 역시 국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웰러 교수는 이란이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해 "무차별적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나이스 경은 이란이 자위권을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 대응은 반드시 "비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례성 판단에는 군사적 목표와 예상되는 부수적 피해를 저울질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란이 사용한 미사일이 정밀하게 목표를 한정해 타격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는 비례적이지 않고 따라서 불법이라고 주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로 교수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으며, 이란군이 타격한 두바이 도심의 세계적 명소 페어몬트 호텔을 지목했다. 그는 "그곳은 군사 표적이 아니라 민간 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위험한 선례

2026년 2월 28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미나브의 한 학교 잔해에서 주민들과 구조대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West Asia News Agency via Reuters
이란 미나브에서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학교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무력 사용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제법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브로 교수는 다른 국가들 역시 비슷한 논리를 내세워 무력 사용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다. 예컨대 중국은 자치 운영 중인 대만을 이탈한 지방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불법적인 무력 사용을 용인하는 것은 국제 질서에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웰러 교수는 채텀 하우스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추가적 공격 행위나 중국의 잠재적 팽창주의에 맞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이유로는 "이중 기준과 위선이라는 반발을 촉발할 가능성"을 들었다. 또한 그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이로 인해 법적·도덕적 권위를 상실하게 될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대국들이 반복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하고도 아무런 결과를 맞지 않는다면, 많은 전문가들은 전후 국제질서가 붕괴되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로 회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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