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중동과 유럽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안보 위기로 번지면서 전 세계 에너지 인프라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해상 수송로의 불확실성을 체감한 산유국과 소비국들이 육상 파이프라인 건설 등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국내 강관업계가 글로벌 인프라 재편의 수혜주를 넘어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최근 중동 정세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을 직격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발생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상 루트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이란의 보복 공격이 주요 에너지 거점을 향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해상 물류의 유일한 대안인 육상 송유·가스관 확보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시각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최근 발표한 투자 전략 가이드를 통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 등 진화하는 군사적 위협이 주요 자원 및 인프라 초크포인트(병목 지점)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전통적인 해상 중심 에너지 공급 체계의 취약성이 노출된 것으로, 향후 각국이 육로 중심의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산업 현장의 지표 역시 에너지 공급망의 육상화 추세가 가팔라질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Research Nester)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육상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시장 규모는 약 706억 8천만 달러(한화 약 1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보고서가 예견한 시장 성장세에 더해, 최근 해상로 봉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중동 산유국의 내륙 관로 증설 움직임과 북미 셰일 가스 거점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며 실제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급망 재편의 파고 속에서 국내 강관사들은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최근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 안보 공급망의 일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휴스틸은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통해 북미 에너지 인프라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유정용 강관(OCTG)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독보적인 기술력과 공기 준수 능력은 보호무역주의 장벽마저 넘어서는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이제 경제성을 넘어 국가 존립이 걸린 안보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며 "중동과 북미를 중심으로 파이프라인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축적된 기술력과 해외 거점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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