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화가 박신양이 새로운 형식의 전시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광대 분장을 한 작업 도구의 ‘정령’ 배우 15명이 등장해 마치 발레 ‘호두까기 인형’처럼 주인이 비운 작업실을 생동감 있게 채운다. 관객은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신양은 “평생 연극 속에 살았기에 전시에 연극적 요소를 넣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며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 흥미로운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로 ‘전시쑈’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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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2023년 평택 엠엠(mM)아트센터에서 연 첫 전시의 후속이자 서울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전시명 ‘제4의 벽’은 무대 좌우와 뒤편을 이루는 세 개의 벽에 더해 무대와 관객 사이에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또 하나의 벽을 뜻하는 연극 용어다. 전시장에는 그가 오랜 시간 작업해온 작품 150여 점이 걸렸다. 400평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을 채운 작품 대부분은 100호가 넘는 대형 작품들이다.
공간 구성도 독특하다. 전시장을 연극 무대처럼 작가의 작업실로 상정해 연출했다. 이를 위해 작업실이 있는 안동에서 콘크리트를 굳힐 때 사용하는 거푸집 ‘유로폼’ 1500여 개를 공수해 전면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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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대형 캔버스에 사람 얼굴이 그려진 ‘키릴2’다.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인 ‘그리움’의 대상인 러시아 친구 키릴이 주인공이다. 박신양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돌아보니 결국 ‘그리움’이었다”며 “러시아 유학 시절 친구들과 자유롭게 예술을 논하던 그때의 감정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설명했다.
‘사과’ 연작도 발길을 붙잡는다. 그가 그린 사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동그랗고 붉은 형태의 사과와는 다르다. 대신 색과 면의 중첩, 거친 질감을 통해 대상의 본질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안동에서 지내던 그는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 주교에게서 선물 받은 사과 두 알을 작업실에 두고 지켜봤다. 시간이 흐르며 시들고 썩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사과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신양은 “나만의 사과를 그리면서 내 고유한 스타일과 움직임의 방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투우사’나 ‘당나귀’에 투영한 일종의 자화상도 눈에 띈다. 박신양은 “배우로서 항상 무언가를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왔다”며 “그럴 때마다 ‘표현’이라는 과제가 투우사에게 달려드는 소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늘 ‘짐’을 지고 살아가는 당나귀도 자신과 닮은 존재로 봤다. 그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의 짐을 지고 살아가듯 나 역시 나만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며 “묵묵히 짐을 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예술가의 숙명과도 닮았다”고 부연했다.
전시장 한켠에는 ‘작가의 방’으로 꾸민 작은 공간도 마련됐다. 박신양은 “관람객들이 연극인지 전시인지 모를, 여러 가지가 어우러진 재밌는 공연을 본 것 같다고 느끼며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와 함께 에세이집 ‘감정의 발견: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민음사)도 출간했다. 예술을 통해 왜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야 하는지를 풀어낸 책이다. 그는 책에서 “감정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며, 나는 그 감정의 정체를 예술로 탐구하고 싶다”고 적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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