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샌프란시스코의 중심에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견디며, 한국 야구가 잃어버린 영광의 시대를 되찾으려는 강인한 의지의 캡틴
- 김혜성: 다저스의 우승 DNA를 장착한 전술적 핵심, 화려한 스타성을 넘어 실전적 수비와 주루로 승리의 설계도를 그리는 선수.
- 셰이 위트: 휴스턴의 파괴적인 장타력을 이식한 우타 거포이자, 혈통의 자부심을 담아 타선의 갈증을 단숨에 해갈한 압도적 존재감.
- 저마이 존스: 디트로이트의 외야 자원이자, 어머니의 나라를 향한 진심 어린 헌신으로 한국 대표팀의 새로운 정체성.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이정후는 대표팀 주장을 맡으며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되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이정후는 대표팀의 주장이다. 한국 대표팀은 2009년 이후 WBC에서 한 번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고, 이정후 역시 2023년 도쿄에서 그 실패를 직접 겪었다. 이정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을 보며 자랐고, 아버지 이종범 역시 2006년 WBC 4강 멤버였다. 대표팀의 좋았던 시절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본 선수이면서, 동시에 최근의 부진도 몸으로 겪은 세대인 셈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가 잃어버린 장면을 되찾고 싶은 개인적 동기와도 연결된다. 이정후가 “지금까지는 재난만 겪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고 밝힌 배경도 이 맥락 안에 있다. 이정후는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먼저 책임을 떠안은 선수에 가깝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시즌을 준비하던 흐름을 끊고 일본으로 건너왔고, 대표팀에서는 타선의 연결과 분위기까지 함께 맡아야 한다. 이번 한국 대표팀이 누가 제일 유명하냐보다 누가 제일 많이 책임을 짊어지느냐로 보면, 답은 이정후에 가깝다.
LA 다저스, 김혜성
김혜성은 구비와 주루, 연결 능력 등 실전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LA 다저스 소속 김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이어가던 중 대표팀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캠프 초반에 인상을 남겨야 하는 시점에 팀을 잠시 비운다는 건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그런데도 김혜성은 대표팀 합류 의사를 일찍 밝혔고, 1월에는 사이판 훈련 캠프 참가가 공식화됐으며, 2월 말에도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친 뒤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김혜성은 프로에 들어온 뒤부터 늘 국가대표를 꿈꿨고,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 선수라면 누구나 바라는 자리라는 취지로 말해왔다. 이번 WBC를 두고도 가능한 한 빨리 합류해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정후가 대표팀의 얼굴이라면, 김혜성은 대표팀의 설계도에 가깝다. 수비와 주루, 연결 능력 때문에 감독이 경기 후반 계산을 세울 수 있는 카드로 여겨졌다. 화려한 스타성보다 실전성이 먼저 떠오르는 선수인데,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쓰임이 더 많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직후 다시 태극마크를 단 장면도, 이번 대표팀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상징 중 하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셰이 위트컴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혼혈로, 어머니 출생국을 따라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하게 되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셰이 위트컴은 대표팀에서 낯선 이름이었지만,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빠르게 존재감을 만든 선수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WBC 규정에 따라 어머니의 출생국인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계 메이저리거 자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려 했던 흐름 속에서, 위트컴은 저마이 존스와 함께 새 얼굴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위트컴은 대표팀 합류 소식을 듣고 가족 모두가 기뻐했고, 특히 어머니가 매우 행복해했다고 한다. 위트컴은 일요일 오사카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뒤 적응 시간을 길게 갖지 못했는데도, 3월 3일 오릭스와의 평가전에서 홈런을 치더니 3월 5일 체코전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 대표팀이 늘 갈증을 느껴온 오른손 장타 자원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위트컴의 합류는 이번 대표팀 구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저마이 존스
기존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필드를 뛰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른 선수들의 환대로 잘 녹아들 수 있었다. / 출처: 게티이미지스
저마이 존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 외야수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표팀은 그를 한국계 메이저리거 전력으로 꾸준히 불러왔다. 다만 존스는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팀이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존스는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해 뛰게 됐지만, 기존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팀에 합류한 뒤 선수들이 자신을 완전히 한 식구처럼 받아들였고, 그는 그 점을 크게 고마워했다. 커리어와 생활은 전부 미국에서 쌓아온 선수에게 동료들의 환대는 생각보다 더 큰 의미였다. 존스의 가족 배경도 이번 출전의 의미를 더한다. 그는 어머니가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고, 자라면서 음식 등을 통해 한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WBC를 두고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어머니와 함께 겪는 특별한 가족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존스는 팀 내부에서 위트컴과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녹아든 미국 출신 선수로 언급된다. 존스는 엔트리의 폭을 넓히는 카드가 아니라, 한국 대표팀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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