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격랑에 현대차 ‘비상’…기회의 땅이 변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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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격랑에 현대차 ‘비상’…기회의 땅이 변수 됐다

투데이신문 2026-03-06 17:35: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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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신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신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8년 이란 내 사업을 전면 중단한 만큼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면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 중인 중동 생산 거점(HMMME)에 미칠 간접적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분위기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시장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며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에게 중동은 기회의 땅이다. 국민 소득이 높아 가격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현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첫 중동 생산 거점이 될 HMMME는 현지 공략의 전략적 중심지다. 현대차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현지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중장기적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자동차 허브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사우디 서부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중동 생산 거점을 건설 중이다. 사우디 공장은 현대차가 부품을 반제품 형태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반조립(CKD)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간 생산 규모는 5만대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한다. 

특히 HMMME는 현대자동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가 70% 지분을 보유한 합작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을 상징하는 공장인 셈이다. 

정의선 회장도 지난해 10월 HMMME 건설 현장을 찾아 “사우디 생산 거점 구축은 현대차가 중동에서 내딛는 새로운 도전의 발걸음”이라며 “고온, 사막 등 이전의 거점과는 다른 환경에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빌리티를 적기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부문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사우디 공장 가동과 함께 현지 스페셜 에디션과 SUV 라인업 확대,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지난 1월에는 UAE에서 사막 주행에 최적화된 제네시스의 오프로드 콘셉트 카 ‘엑스 스콜피오 콘셉트’를 공개하며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엑스 스콜피오 콘셉트’가 아랍에미리트 룹알할리 사막에서 주행 시연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엑스 스콜피오 콘셉트’가 아랍에미리트 룹알할리 사막에서 주행 시연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하지만 중동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현재까지 공사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인접국으로 확산될 경우 핵심 설비 반입이 늦어지거나 전문 인력 파견이 제한되면서 건설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구기보 교수는 “미국이 4~5주 혹은 그 이상 전쟁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훨씬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란 전쟁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태가 확산될 경우 중동 지역에서 주재원들의 현장 투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지 공사가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후 현지 판매와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연간 합산 판매량 약 700만대 중 중동 지역 판매량이 10만대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쟁이 판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조민욱 기술정책실장은 “현대차는 이란에 직접 수출하지도 않고, 자동차 시장에서 중동이 아직 큰 규모를 차지하지도 않는다”며 “단기적으로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발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중동 분쟁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특히 전쟁이 국제 유가와 물류비 상승을 압박해 제조 원가를 높이고,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현지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생산 공정의 에너지 비용과 해상 운임은 물론 석유화학 기반 소재와 부품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숭실대 구기보 교수는 “전쟁으로 원유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만큼 석유화학 업계와 이를 응용하는 여러 산업 분야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중동은 부유층을 상대로 고급 자동차가 주로 수출되는 시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확산될 경우 수요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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