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간 금융사에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강하게 주문해 온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4년 연속 주요 금융공공기관 장애인 고용률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금감원은 2022년부터 매년 1%대의 저조한 고용률로 수억원대의 의무고용 미준수 부담금까지 지불했다. 여론 안팎에선 스스로의 의무조차 외면한 채 민간 기업에만 상생의 잣대를 들이미는 행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고용율 4년 연속 '꼴찌'…장애인 채용에 유난히 인색했던 금감원 과거 행보 재조명
6일 금융감독원은 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금융협회 등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권 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융권 전반에 포용금융 문화 확산과 장애인 고용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권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점검함과 동시에 금융회사가 스스로 장애인 고용 여건을 점검·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장애인 고용 확대와 포용금융 문화 정착은 국민 '모두의 성장'을 위해 금융권이 앞장서 실천해야 할 핵심과제다"며 "금감원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는 한편 금융권이 스스로 장애인 고용 현황을 점검·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치권과 여론 안팎에선 이날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다시피 해 온 금감원의 과거 전력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주요 8개 금융공공기관 중 4년 연속 장애인 고용율 '꼴찌'를 기록했다. 금감원의 연도별 장애인 고용률은 ▲2022년(1.9%) ▲2024년(1.9%) ▲2024년(1.6%) ▲2025년 8월(1.6%) 등이었다. 지난해 가장 높은 고용률을 보인 한국주택금융공사(5.09%)와는 무려 3%p 이상 차이나는 수준이다.
금감원의 장애인 고용율은 법으로 정해진 기준에도 한참 못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결국 수억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까지 지출하고 있었다. 금감원의 연도별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액은 ▲2022년 3억9500만원 ▲2023년 3억9000만원 ▲2024년 4억6500만원 등이었다. 지난해 납부 예정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 100명 이상 고용사업주가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미달 인원만큼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이다. 올해 기준 민간 기업의 장애인 법정 의무고용률은 3.1%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금융사 관계자는 "민간 금융기업에는 상생 일자리를 압박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매년 꼴찌 성적표도 모자라 벌금 성격의 부담금까지 내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며 "지금 상황에선 금감원의 어떤 정책적 메시지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고 꼬집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역시 "금융권 상생의 범주에는 당연히 감독 당국인 금감원도 포함된다"며 "금감원이 스스로 장애인 고용 부문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향후 내놓는 포용금융 정책도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해 수억원의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은 공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며 "장애가 직업 선택에 있어 차별이 되지 않도록 기관들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고용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타 기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금감원이 정작 자신들의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다"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금감원의 솔선수범을 촉구하는 조언이 나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감독기관으로서 모범이 돼야 할 기관이 의무고용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외면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보기 좋지 않다"며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인 만큼 내부 지표부터 개선해야 정책의 정당성이 확보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권 전체에 상생의 잣대를 들이대는 감독 당국의 지시가 시장에서 실질적인 동력을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도덕적 권위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 및 검사 업무가 주된 업무이다 보니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돼 상대적으로 장애인 지원자 풀 자체가 적은 측면이 있었다"며 "특히 분쟁 조정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업무 특성상 그동안 채용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장애인 채용이 가능한 직무를 추가 발굴하고 있으며 향후 장애인고용공단과의 협력을 강화해 채용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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