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 역시 2년 연속 상승하며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국민 삶의 질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사회·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삶의 만족도는 개인이 자신의 삶 전반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0점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로 측정된다.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2020년 6.0점에서 2022년 6.5점까지 상승했으나 2023년 6.4점으로 소폭 낮아지며 최근 2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소득 수준별로 차이가 두드러졌다.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5.8점으로, 평균보다 0.6점 낮았다. 이외 소득이 100만~200만원 미만, 200만~300만원 미만 가구는 모두 6.2점이었다. 300만원 이상 가구부터는 6.4점~6.5점으로 평균 수준이거나 그 이상으로 파악됐다.
세계행복보고서의 국제 비교를 살펴보면 2022~2024년 기준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6.04점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33위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2021~2023년) 조사와 동일했다. 전체 조사 대상인 147개 국가 가운데서는 58위다.
지난해 사회적 고립도는 33.0%로, 직전 조사인 2023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2021년 34.1%로 올라갔다가 소폭 낮아진 이후 정체를 이어지고 있다.
대인 신뢰도는 55.7%로 조사됐다.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이번 조사에서 전년 대비 3.0%p 높아졌다.
자살률은 2024년 29.1명(인구 10만명당)으로 전년과 비교해 1.8명 늘었다. 2년 연속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인 2011년(31.7명) 이후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2024년 기준 남자 자살률은 41.8명으로 여자(16.6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한국의 자살률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2.6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위인 슬로베니아(17.5명)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다수 국가의 자살률이 10명 안팎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우울과 걱정 정도를 담은 부정정서는 2024년 3.8점으로 전년과 비교해 0.7점 올라갔다. 2022년(4.0점)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가 3년 만에 다시 악화됐다.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은 2024년 4381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은 반면 소득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상대적 빈곤율’은 같은 기간 0.4%p 상승해 15.3%로 집계됐다.
2023년 기준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9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66세 이상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한다. 고령층 빈곤율이 3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라트비아, 뉴질랜드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예방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12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를 설치했다. 추진본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문제를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위험 요인으로 보고 부처 간 정책을 통합·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올해 보건복지부는 자살시도자 및 유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 마음건강 지원 및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예방을 위해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인공지능(AI) 기반 위기탐지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 등에서 위험신호를 조기 감지해 위기청소년을 신속 발견하고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고위기 청소년에 대한 집중 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업트라우마센터 등 정신건강 인프라 확대를, 행정안전부는 지방정부의 예방 기능 강화를 위해 전담 조직 설치 및 인력 보강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언론인 대상으로 관련 보도 및 취재 윤리에 대한 교육 강화와 종교계 협력을 통한 범국민 생명존중 운동을 지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전문가는 이 같은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죽음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송다영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개인의 죽음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각자도생에 가까운 사회 구조와 취약한 사회보장 체계가 드러나는 지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갈 수 있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고립감과 절망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는 20대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실제 사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남성이 더 높은 만큼 집단별 특성을 분석, 반영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예방 정책 역시 개인 상담이나 치료 중심을 넘어 삶의 조건과 사회보장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90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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