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적대국 기업에 주로 적용돼 온 강도 높은 규제를 민간 기술 기업에 적용한 사례로, 미 정부와 앤스로픽 간 갈등이 공개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앤스로픽과 자사의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공급망 위험 요소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공급업체가 지휘 체계에 개입하거나 핵심 기술의 합법적 사용을 제한해 군 장병을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을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다. 국방부는 합법적인 모든 작전에 AI를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앤스로픽은 클로드가 자율살상무기나 대규모 감시 시스템에 사용되지 않도록 명확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조치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가 내부 메모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에게 ‘독재자식 찬사(dictator-style praise)’를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하고 있다”고 주장한 직후 단행됐다.
아모데이 CEO는 논란이 확산되자 “감정적인 어조였다”고 사과했지만, 공급망 위험 지정 자체가 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번 지정은 앤스로픽과 협력하거나 투자 관계에 있는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빅테크 기업 아마존, 알파벳 산하 구글 등과의 협업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계약을 추진하는 다른 기술 기업들에도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소속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무모하고 자해적인 결정이며 적들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며 “안전 기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을 공격하는 모습은 중국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지정의 실질적 효력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국방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펜타곤 계약 범위 내에서 클로드 사용을 제한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모데이 CEO 역시 “공급망 위험 지정이 계약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다른 사업 관계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쟁사들은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해 자사 AI 시스템을 기밀 네트워크에 활용하도록 허용했으며, 직원 반발 이후 감시 목적 사용 금지 조항을 추가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 역시 기밀 환경 사용 승인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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