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이란 전쟁 결정이 헌법적 전쟁 선포권의 사실상 마지막 제약을 허물었다며 전쟁 개시 결정과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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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만큼은…” 넘어선 안 될 선이 지워졌다
미국 헌법은 미국이 공격받지 않는 한 전쟁 선포권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이 원칙을 꾸준히 무너뜨려왔다. 그럼에도 이란 공격만큼은 예외로 여겨져 왔다. 보복 공격, 동맹국 피해, 전 세계 경제에 파급되는 지역 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 등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19년 대선 후보 시절 “임박한 공격에 대한 대응이 아닌 한,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개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헌법적 전쟁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상원의원 시절 같은 입장이었다. 이란 공격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그 선이 지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최고지도자와 고위 관리들을 살해하고 ‘4~5주’ 지속할 계획이라는 대규모 폭격을 의회 승인 없이 개시했다. NYT는 이번 작전이 1973년 전쟁권한결의(War Powers Resolution·대통령의 독자적 군사행동을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제정한 법) 이후 의회 승인 없이 이루어진 군사 작전 중 가장 공격적이고 중요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만의 문제 아냐…양당이 함께 만든 구조
다만 이같은 상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1950년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어떤 대통령도 시도한 적 없는 일이었지만, 의회는 그를 탄핵하지 않았다. 이 묵인이 첫 번째 선례가 됐다.
이후 역대 미국 행정부는 전임자의 관행을 계승하고 확장했다. 법무부 내 법률자문국(OLC)은 대통령의 군사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내부 승인 메모를 반복적으로 작성해왔다. 카르도조 법학대학원의 레베카 잉버 교수는 최근 분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 승인 메모가 과거 리비아·시리아 공습 승인 메모에서 “권한 근거는 취하고 제약 조건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매번 이전 선례의 유리한 부분만 골라 쌓다 보니, 한계선이 계속 뒤로 밀려난 것이다.
NYT는 의회도 공범이었다고 지적했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결의는 대통령이 군사력을 독자 사용할 경우 60일 이내에 의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은 이 법을 좁게 해석했고, 의회는 당파적 충성심과 “전장의 군인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일관되게 묵인을 선택했다. 견제 장치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후보 시절 “이란 공격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던 오바마도, 바이든도 대통령이 된 이후엔 입장을 바꿨다. 오바마는 2011년 의회 승인 없이 리비아를 폭격했고, 바이든은 2024년 1월 의회 승인 없이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명령했다.
◇“법원도, 의회도 무력…남은 건 정치뿐”
미국 상·하원은 이번 주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사실상 당파 노선을 따라 각각 부결시켰다. 설령 통과됐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사법부 역시 대통령의 군사 행동에 개입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부 고위 관리를 지낸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 법대 교수는 “예측 가능한 미군 사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처럼 대규모 군사력을 사용함으로써, 대통령의 무력 사용을 법으로 제약한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개념은 이미 수년째 죽어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적 근거도 불명확하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최고사령관 권한으로 역내 미군을 방어했다”는 짤막한 성명만 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처음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이 미군 기지를 타격할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방어적으로 가담했다”고 했다가 이후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법적 근거조차 일관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 자신의 도덕성, 나 자신의 정신이 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답했다. 골드스미스 교수는 트럼프의 이 발언을 단순한 오만이 아니라 제도적 현실의 고백으로 해석했다. 그는 “법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내부 견제는 전무하다”며 “남은 것은 말 그대로 의회와 국민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4대 대통령(1809~1817년 재임) 제임스 매디슨은 앞서 1793년 “전쟁을 수행해야 할 사람은 전쟁을 개시해야 하는지 판단하기에 적절한 심판관이 될 수 없다. 그 유혹은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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