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때 반도체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불리며 한국 제조업의 새 축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던 K-배터리가 연일 울상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무서운 저가 공세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배터리 3사는 합산 1조 3082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 초라한 성적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마저 매년 내리막길을 걷자, 정부 역시 현행 '3사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3사는 자산 매각과 외부 자금 조달로 각자 버티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뉴스락>뉴스락>은 K-배터리에 드리운 먹구름과 돌파구를 살펴본다.
K-배터리, 1조원대 적자·점유율 하락 '겹악재'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지난해 1조 원대 합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와 미국 보조금 축소,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속도 조절이 맞물리면서 3사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실제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비(非)중국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7.4%포인트 하락한 36.3%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CATL은 홀로 3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K-배터리를 밀어내고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배터리 탑재를 늘린 영향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월 업계 간담회에서 현행 '3사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가 발표한 2025년 경영 실적은 시장의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6일 <뉴스락> 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3사 중 유일하게 연간 흑자를 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3조 6718억 원, 영업이익 1조 3461억 원을 기록했다. 뉴스락>
다만 4분기에는 북미 생산 보조금(AMPC) 3328억 원을 반영하고도 12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한 달 새 포드(9조 6000억 원)와 FBPS(3조 9000억 원) 등 약 13조 5000억 원 규모의 계약이 잇따라 해지되는 수주 공백도 발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3조 2667억 원, 영업손실 1조 7224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손실은 2992억 원으로, AMPC 수혜와 ESS용 배터리 매출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SK온은 지난해 매출 6조 9782억 원, 영업손실 9319억 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최근 포드와의 미국 합작법인(블루오벌SK) 체제를 청산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 투자 축소와 계약 무산이 이어지며 국내 배터리 업계가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지분 매각부터 희망퇴직까지...3사 3색 '각자도생'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캐즘)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회사채 발행,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생존 전략을 가동하고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본 시장을 통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집중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4000억 원 규모의 원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자금 조달에 착수했다.
오는 24일 진행되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8000억 원까지 증액할 예정이다.
이는 2023년 첫 원화 회사채 발행 이후 네 번째 이뤄지는 대규모 시장 조달이다.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일부 생산 시설의 신축 및 증설 일정은 지연되고 있으나,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획득한 우수한 신용등급(AA0)을 바탕으로 필수 연구개발(R&D) 예산과 안정적인 공장 운영 자금을 사전에 비축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유지해 온 삼성SDI는 핵심 자산 유동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회사가 오랜 기간 보유 중이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매각해 대규모 현금을 직접 확보할 계획이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 막대한 이자 비용을 수반하는 외부 차입을 지양하고, 내부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외부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선제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방어하며 다가올 업황 반등 시기를 준비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경쟁사 대비 지속적인 투자금 집행으로 재무 부담이 컸던 SK온은 고강도 인력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2025년 이전 입사한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동시에 실시한다. 지난 2024년 9월 인력 조정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단행되는 추가 조직 슬림화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연령과 근속 기간에 따라 최대 30개월분의 위로금 및 2학기 자녀 학자금을 지급하며, 무급휴직자의 경우 최장 2년간 학위 과정 학비의 50%를 지원해 자기계발 기회를 부여한다.
당장의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을 축소해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올해 지상 과제로 꼽히는 연내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실현하기 위한 고강도 조치다.
배터리 업계는 현재의 위기를 '캐즘'으로 진단하고 있으나,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현재 시장에 캐즘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며 "단지 우리 기업들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져 점유율이 하락한 것이고, 주요 고객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 결과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뉴스락>
이어 "캐즘이라는 표현은 무책임한 경영진의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K-배터리, '사업 다변화' 대응...전문가 "당분간 주도권 안 변해"
K-배터리 업계는 '기술 초격차' 확보라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인터배터리 2026'은 K-배터리의 차세대 생존 전략을 가늠할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 3사는 기존 전기차(EV)에 편중됐던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등 산업 전반으로 다변화하는 융합 기술을 일제히 공개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과 성능의 균형을 맞춘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를 최초로 공개한다.
단순한 배터리 제조를 넘어 자율주행 로봇, 혈액수송용 드론 등 미래 산업에 배터리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무한한 확장성을 증명하는 데 주력한다.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를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찾겠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는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정조준했다. 무정전전원장치(UPS) 및 배터리 백업 유닛(BBU)에 최적화된 초고출력 배터리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운다.
아울러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향후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 분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SK온은 원가 절감과 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ESS용 고에너지밀도 리튬인산철(LFP) 파우치 배터리와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셀투팩(CTP, Cell to Pack) 혁신 기술을 앞세워 차세대 에너지 시장 선점을 노린다.
다만 업계가 추진 중인 생태계 확장과 초격차 기술 준비가 중국의 공세를 방어할 실질적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현재 시장에서 이른바 '초격차 기술'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기간에 위기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락>
이어 "배터리 시장의 게임(주도권 경쟁)은 한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며, 획기적인 국면 전환의 기미 자체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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