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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러 여성·노동·시민단체가 나서 성별임금격차와 여성 비정규직 집중, 증가하는 젠더폭력 통계를 근거로 구조적 성차별 현실을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먼저 ‘2026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구성을 마치고 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여성파업대회는 6일 오후 12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됐다. 올해 파업대회의 구호는 ‘지금 여기에 실질적 성평등을!’이다.
조직위는 “정권이 교체됐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로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차별과 착취를 겪고 있다”며 “지난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더 많아졌고 성별 임금격차는 더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연대회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질 낮은 일자리에 몰려있고 보이지 않는 견고한 유리천장 아래에 갇혀 있으며 성별임금 격차라는 차별의 현실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는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은 여전히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 집중돼 있고 성별임금격차는 여전하다. 젠더폭력 관련 지표 또한 줄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여성계는 개별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돌봄 책임의 불균형, 성차별적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번 기획은 각종 지표를 통해 드러난 여성의 노동·안전 등 현실을 짚어보고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해 어떤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데이터로 보는 여성 차별의 기록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9.3% 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은 11.3%이며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 룩셈부르크(0.4%)는 격차가 거의 없으며 이탈리아(5%), 스웨덴(7.5%) 등도 격차가 작은 편에 속한다. 이는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이 여전히 구조적으로 고착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또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서도 성별 평균소득은 남성근로자가 442만원으로 여성(289만원)의 1.5배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고용 형태에서도 격차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여성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57.4%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더욱이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여성 노동자 상당수가 산재보험과 출산휴가 등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여성계의 문제 제기와 맞물려 국제 지표에서도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28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은 직전 조사까지 12년 연속으로 부동의 꼴찌를 기록하다 올해 28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하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 소득, 육아휴직 현황, 고위직 여성 비율 등 10개 지표를 반영해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매년 유리천장 지수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지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의 노동 환경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 통계’에서는 한국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7년 12.3%에서 2024년 17.5%로 5.2%p 올랐으나 OECD 회원국 평균치(30~40%)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돌봄과 가사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에서 아내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 32분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1시간 24분에 그쳤다.
가사와 돌봄 부담이 여성의 경력 형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6일 발표한 ‘성별과 리더십 인식’ 조사에서는 여성이 조직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직장인들은 ‘가사 및 육아 부담’(36.1%)을 꼽았다. 뒤이어 ‘조직 내 문화 및 구조적 장벽’(18.5%), ‘여성 네트워크 부족’(12.7%), ‘승진 및 기회 부족’(10.2%), ‘사회적 편견’(9.7%) 순이었다. 이를 두고 여성의 경력 단절과 승진 격차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돌봄 책임의 불균형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젠더폭력 통계 역시 이번 파업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여성폭력 통계에 따르면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스토킹 범죄로 입건된 인원은 지난해 1만3533명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가해자의 76.2%는 남성이었다.
관계 유형별로는 전·현 애인이 4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토킹 범죄의 상당수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사회가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가 살아가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3일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026년 2월 2일부터 2월 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성범죄 보호 정도’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에게 한국 사회가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절반 수준인 49.2%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여성의 ‘안전하지 않다’ 응답은 60%, 남성의 ‘안전하지 않다’ 응답은 39.1%로 성별에 따른 응답 격차가 20.9%p 달했다.
양성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별임금격차와 돌봄 부담, 고용 불안정 문제는 개별 사안이라기보다 서로 맞물린 구조적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에게 집중된 무급 돌봄과 비정규·저임금 노동의 비율은 노동시장 내 지위 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득과 사회보장 수준의 차이로 연결되는 양상으로 번진다. 전문가들은 성평등을 노동·복지·가족정책 전반과 연계해 접근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격차 해소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또한 이주여성, 성소수자, 장애여성 등 다양한 집단이 겪는 복합적 차별 역시 정책 논의에서 충분히 다뤄져야 할 과제로 꼽힌다. 동일한 여성 집단 안에서도 고용 형태와 체류 자격, 장애 여부 등에 따라 노동권 침해 양상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성평등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러한 교차적 현실을 반영한 정교한 제도 설계와 집행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여성계는 현재 성평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평등공시제를 조속히 제정·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5일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 성평등공시제 도입 요구’ 기자회견에서 “임금을 기업의 기밀, 개인의 정보로 인식했던 기존의 관행을 바꿔 노동자들이 자신의 차별을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임금을 투명하게 공시하는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며 “공정하고 평등하며 투명한 임금시스템이 자리할 때 불합리한 성별 임금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모윤숙 사무처장은 “성평등공시제가 여성 노동자 차별 해소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노동자의 다수가 비정규직이거나 영세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공시제가 대기업에만 한정될 경우 성별 임금격차 해소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노동이 저평가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근속수당과 상여금 확대, 숙련을 정당하게 인정하는 제도 마련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하며 여성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된 구조 역시 노동시장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고 기업과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여성 스스로 차별을 문제로 인식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송다영 교수는 성별임금격차의 배경으로 직종 분리와 경력 단절 구조를 지목했다. 송 교수는 “성별임금격차는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와 여성의 경력 단절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한국의 임금체계가 입직 초기에는 낮다가 일정 경력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후반 상승형 구조’를 보이는 점도 격차 확대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경력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일·가정 양립 정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에서는 상시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임에도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하는 관행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고용 구조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젠더폭력에 대해서는 “젠더 기반 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공간 중 하나가 일자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직장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직장 내 성희롱 등 젠더폭력 문제를 단순히 성적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성의 노동권과 고용 지속성을 위협하는 노동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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