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연일 치솟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통상 휘발유보다 저렴했던 경유 가격이 오히려 휘발유를 역전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들썩이는 국제 유가에 주유소로 몰린 시민들 / 뉴스1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916.54원으로 전날보다 27.47원 올랐다. 서울 경유 평균 가격은 1934.12원으로 전날 대비 38.91원 상승하며 휘발유보다 17.58원이나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고, 경유가 1900원선을 돌파한 것 역시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같은 시각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56.30원으로 하루 새 22.02원 급등했다. 경유(1863.66원)는 33.41원이나 뛰어오르며 상승 폭이 휘발유의 1.5배에 달했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서울의 수치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 가격 상승폭이 유독 큰 이유는 원유 종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경유 생산에 쓰이는 중질 원유(무거운 원유)는 주로 중동에서 생산되는 반면 휘발유 원료인 경질 원유(가벼운 원유)는 미국산 비중이 높다. 이번 중동 사태가 경유 원료 공급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휘발유는 개인 차량 중심이라 주유를 미루는 등 수요 조정이 가능하지만, 경유는 화물차 등 영업용 차량 수요가 많아 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 탄력성이 낮다"며 "이 때문에 최근처럼 유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경유 가격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름값이 이처럼 단기간에 폭등한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 이란 군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한 데 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시차 없이 즉각적으로 가격이 치솟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미리 주유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도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는 모습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 부당한 폭리를 취하려는 반사회적인 악행에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임시 국무회의에서도 "갑자기 (기름값이) 폭등했다.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강력한 제재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최고가격 지정 등을 포함한 행정조치로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내일(6일)부터는 석유관리원·경찰청·지방정부 등과 협력해 석유 유통시장을 대상으로 월 2000회 이상 특별기획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정부는 재경부·산업부·공정위·국세청·지방정부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반을 꾸려 가격 담합,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이날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전날 오후 3시를 기해 석유·가스 분야에 '관심' 단계의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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