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중동 상황의 여파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뛰는 가운데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보통 휘발유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이달 1일 ℓ당 1천695.89원에서 4일 1천777.48원으로 4.8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용 경유는 1천600.85원에서 1천728.77원으로 약 8.0%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경기 지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휘발유 평균가격은 같은 기간 5.15%(1천693.71원→1천780.95원) 오른 반면, 경유는 약 8.9%(1천599.96원→1천741.61원) 뛰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5일 기준 제주도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천803원, 경유는 1천832원으로 지난 1일과 비교해 불과 며칠 새 순서가 뒤집혔다. 울산 역시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이 더 높아졌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데는 정제 구조와 수요 특성이 맞물려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원유 1배럴(42갤런)을 정제할 때 휘발유는 약 19~20갤런 생산되는 반면, 대부분 경유로 판매되는 증류물 연료(distillate fuel)는 11~13갤런 수준에 그친다.
이렇듯 공급이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더 넓다. EIA는 경유가 화물 트럭과 버스, 철도, 선박뿐 아니라 농업·건설 장비와 발전기 등 다양한 산업용 장비에서 두루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처는 넓으니 국제 유가가 급등할 때 경유 가격이 더 크게 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국제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보인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제 휘발유(92RON) 가격은 4일 기준 배럴당 99.66달러로 2일(90.31달러)보다 9.35달러 오른 반면, 경유(0.001%)는 115.13달러에서 145.13달러로 30달러 치솟았다. 이와 관련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국내 유가는 싱가포르 국제 제품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최근 국제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훨씬 크게 올랐다"며 "경유는 정제 비용 자체가 휘발유보다 높고 국제적으로도 통상 더 비싼 유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한 연료로 인식돼 왔다. 이는 휘발유에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국내 유류세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오피넷을 통해 확인한 지난해 11월 기준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 합계)는 ℓ당 693.72원인 데 반해, 경유는 475.88원으로 이미 2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경유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굳어진 데는 휘발유에 세금이 더 붙어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4월30일까지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인하 전 세율 대비 ℓ당 57원, 경유는 58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적용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 폭은 시행 초기 20%에서 한때 37%까지 확대됐다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됐다. 이후 휘발유는 25%→20%→15%→10%를 거쳐 현재 7%, 경유는 30%→23%→15%를 거쳐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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