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비트코인 채굴기업들이 기존에 보유하던 대규모 비트코인을 매각하고 AI 인프라 사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주요 채굴업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8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에 달한다. 일부 기업들은 최근 이 자산을 현금화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 인프라 투자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주요 채굴기업들은 채굴한 비트코인을 장기간 보유하는 이른바 '트레저리 전략(treasury strategy)'을 유지해 왔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기업 재무제표에 상당한 규모의 코인을 자산으로 축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채굴업체들이 보유 물량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면서 업계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채굴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상당 부분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채굴 시설이 이미 저렴한 전력 접근성과 서버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어 AI 인프라로 전환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굴업체들이 기존 전력 인프라와 시설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변신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채굴기업들은 AI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MARA Holdings는 약 4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보유 자산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을 열어두며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으로 Strategy 다음으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채굴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CleanSpark와 Riot Platforms 역시 경영진 개편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Bitdeer Technologies는 보유 비트코인을 전량 매각하고 AI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채굴기업들이 AI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구조의 차이에 있다.
비트코인 채굴 사업은 토큰 가격, 네트워크 난이도, 반감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변동한다. 반면 AI 연산 서비스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수익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케빈 오리어리 비트제로 투자자는 "채굴기업이 채굴 장비를 제거하고 대형 클라우드 업체에 AI 데이터센터를 임대한다고 발표한다면 주가가 5배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굴업체들의 비트코인 매각 움직임은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상자산 시장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0월 기록한 약 12만6000달러의 사상 최고가 대비 4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과거처럼 운영비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 전략 전환의 일환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Morgan 분석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채굴기업 실적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AI 고성능 컴퓨팅(HPC) 계약과 데이터센터 구축 진행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자들의 압력도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대형 채굴 시설을 보유한 Riot Platforms는 행동주의 투자자 스타보드로부터 AI 프로젝트 확대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튜 키멜 코인셰어즈 분석가는 "채굴기업이 AI 사업으로 전환할 때 핵심 가치는 전력 확보 능력과 장기 컴퓨팅 계약에서 나온다"며 "이러한 수익 구조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과의 연관성이 낮아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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