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중동 지역 항공로가 사실상 전면 통제되면서 일부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최대 900% 가까이 급등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매체 비즈니스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 비행 금지 조치가 내려지며 카타르항공과 에미리트항공 등 주요 중동 국적 항공사들의 운항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 등 아시아권 항공사들이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이탈 수요 폭발…아시아 항공사로 승객 집중
미군의 이란 타격 직후 중동 지역을 벗어나려는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아시아 국적 항공사로 승객이 몰렸고, 이는 항공권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평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추적인 기착지였던 중동 내 공항들이 제 기능을 상실하자, 중동을 경유하지 않고 두 대륙을 연결하는 대체 항공사로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이코노미석 1260만 원…"부르는 게 값"
특히 유럽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중동을 거치지 않고 아시아로 가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는 싱가포르항공 이코노미석 편도 운임은 6만 6767홍콩달러(약 126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달 말 동일 노선 운임과 비교해 약 900%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날 런던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항공권 역시 2만 6737홍콩달러(약 505만 원)로 책정돼, 정상가인 5670홍콩달러(약 107만 원)보다 37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취소 항공편 2만 3000편 초과…걸프만 운항 '전면 중단'
항공 통계 전문 기관 시리움(Cirium)의 집계 결과, 이날을 기점으로 취소된 비행편은 2만 3000편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아랍에미리트를 떠나는 일부 피난 목적 항공편을 제외하면 걸프만 일대 민간 항공기의 운항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수요 재배분일 뿐, 구조적 재편은 아냐"
다만 이 같은 항공권 가격 급등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이란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고운임 기조가 이어질 수 있지만, 세계 무역과 관광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항공망도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항공 전문 컨설팅 기업 BAA&파트너스의 라이너스 벤저민 바우어 창립자는 "아시아 항공사들은 단기적으로 항공권 가격 상승과 화물 운임 강세 및 제한적인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항공 수요가 재배분되는 것일 뿐,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의 구조적 재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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