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대상 등 국내 전분당 제조·판매사 4곳이 7년 넘게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심판대에 올랐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과징금 규모가 최대 1조2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전날 전분당 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사에 발송하고, 같은 날 전원회의에 사건을 상정해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6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형사 재판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문서로, 심사관이 파악한 위법 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이에 대한 제재 의견이 담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7년 6개월 동안 전분당 판매가격을 반복적·조직적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분당은 옥수수를 분쇄해 만든 전분과 이를 분해해 생산한 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 당류를 통칭하며, 면류·제과 등 식품용과 제지·철강 등 산업용으로 나뉜다.
대상 등 4개사는 국내 전분당 B2B(기업 간 거래) 판매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분당은 대부분 B2B 경로로 유통되는 만큼, 담합이 이뤄질 경우 식품·제조업 전반의 원가와 소비자 물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담합 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품목 매출액을 총 6조2천억 원 수준으로 산정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142일간의 조사 끝에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심사보고서에는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관련 임직원에 대한 형사 고발 의견이 담겼다. 공정위는 지난달 검찰이 고발을 요청한 4개 법인에 대해서는 이미 고발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공정위 위원회는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규모, 가격 재결정 명령의 구체적 내용 등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인한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이번 사건의 경우 최대 1조2천억 원 규모의 제재가 가능하다.
4개사는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8주 안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자료 열람·복사를 신청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민생 물가와 직결된 중대 사안”이라며 방어권 보장 절차가 끝나는 대로 최대한 신속히 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분당 담합 의혹은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밀가루 담합 의혹’ 사건과 맞물려 식품 원재료 시장 전반에 대한 담합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밀가루 사건에서 약 20년 만에 다시 발동된 가격 재결정 명령이 전분당 사건에도 포함되면서, 정부가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구조 자체를 다시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실제 전분당 업체들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발송을 앞둔 지난달 말 일제히 가격을 3∼5% 인하했다. 이에 대해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심의일 이전에 업체들이 가격을 3∼5% 인하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적정한 가격 인하 폭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 시기에 형성된 가격 수준이 여전히 시장 경쟁 여건에 비해 높은지 여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번 사건 외에도 4개사의 일부 거래처 입찰 담합 의혹과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분당 부산물은 옥수수 분쇄 과정에서 나오는 글루텐피, 배아, 섬유질 등으로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된다. 공정위는 이들 조사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발송 단계에서부터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통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밀가루 담합 의혹에 이어 두 번째로, 공정위 내부에서도 “민생 물가 관리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심의 단계부터 시장에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분당은 라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인 만큼, 이번 사건의 결론과 후속 조치는 식품업계 가격 전략과 소비자 물가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에 따라 국내 원재료 시장의 경쟁 질서와 기업들의 가격 책정 관행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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