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감독
이경미
영화 <미쓰 홍당무>
<미쓰 홍당무>이 영화의 ‘양미숙’(공효진)과 주변 인물들을 오로지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퀼트 이불처럼, 나는 내 가족과 친구들의 바느질로 조합된 존재인 것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토록 부정하고 싶던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바라보면 나는 <미쓰 홍당무> 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내가 살아온 34년을 꾹 눌러 담아 완성한 작품이니까. 당시 나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영화, 오래 기억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완성한 첫 작품으로 사랑받은 경험 덕에 나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 잘하고 있으니 겁먹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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