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3월 5일 1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복상장’ 프레임에 갇힌 한국거래소가 상장사 계열사들의 IPO(기업공개)를 막으면서 기업들의 성장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한 코스닥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정부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주주이익보호를 강조하며 연이은 상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증시 활성화 목표와 함께 중소벤처기업 육성, 모험자본 활성화 등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해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업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신규 IPO 상장예비심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지난 1월 LS그룹 산하 에식스솔루션즈가 중복상장 논란으로 IPO 계획을 철회한 이후, 부담을 느낀 거래소가 일부 기업들의 심사 절차를 일제히 멈춰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 여파가 코스닥 시장에 크게 미치는 모습이다.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던 디티에스, 덕산넵코어스, 에스케이팩, 씨엠디 등의 기업은 거래소의 심사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됐다.
이들은 모두 코스닥 상장사의 자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디티에스는 다산네트웍스, 덕산넵코어스는 덕산하이메탈, 에스케이팩은 나무기술, 씨엠디엘은 솔브레인홀딩스의 자회사다.
개별 기업들을 살펴보면 디티에스는 지난해 9월, 덕산넵코어스는 지난해 11월 IPO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디티에스의 심사는 반년이 넘도록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덕산넵코어스 역시 마찬가지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으로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에스케이팩과 씨엠디엘도 예비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에 대한 상장 예비심사가 지난 1월부터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코스닥 상장사의 계열사인 만큼, 중복상장 논란을 의식한 거래소가 심사 승인을 주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심사 절차는 진행 중“이라면서도 ”자세한 상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특정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던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들 기업의 상장 추진이 중복상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 논란이 됐던 중복상장은 본래 상장사가 주력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이를 다시 증시에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을 일컬었다.
그러나 최근 중복상장의 의미가 '상장사의 다른 비상장 계열사 상장'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과도하게 확장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은 허용돼선 안 된다", "이런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시장도 얼어붙었다.
업계에선 올해 마지막 임기를 보내고 있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정부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면서 상장사 계열사들의 심사를 사실상 '올스톱' 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는 조만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심사 문턱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 한글과컴퓨터 산하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 8월 상장예비심사 청구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이달 초 미승인 통보를 받아 상장이 좌절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가 상장 심사 막바지 단계에서 유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모회사가 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심사가 '올 스톱'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IPO가 지연되거나 혹은 좌절되면서 기업들이 적시에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고 성장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또한 자금조달 수단이 점차 줄어드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코스닥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금 납입 전 공시가 철회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자금 투입이 시급한 신사업 육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신사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 기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가 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유망 기업의 IPO마저 원천 차단할 경우, 향후 기업의 성장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는 향후 코스닥을 육성해 지수 '3000' 시대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따라 다르지만 100억원짜리 사업을 하려면 100억원이, 500억원짜리 사업을 하려면 500억원이 필요하다"며 "전략적으로 국가가 키워야 할 산업임에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막혀버리니 상장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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