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호에 태양의 서커스 팀 협업 화보로 같은 팀 멤버 류진 씨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날도 느낀 점인데, ‘있지’만의 고요한 바이브가 있는 것 같아요. 은은하고 잔잔하달까요. 류진이는 그런 편인데, 저는 비교적 에너제틱해요. 지금은 촬영도 다 끝나고 살짝 방전된 상태지만요.(웃음) 그런데 우리 팀이 전체적으로 조용하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그렇게 고요했나?’ 싶긴 해요. 알고 보면 쾌활한 면도 있거든요.
무대 위와 일상에서 보이는 모습의 간극 때문일 수도 있겠어요.무대에서 분출하는 에너지가 워낙 크니까, 다른 곳에서 만나면 생각보다 고요하다고 느끼는 거죠.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게다가 오늘은 로저 비비에와의 만남이라 그 간극이 더욱.(웃음)
확실히 로저 비비에와 만났을 때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해요. 무대에서는 파워풀한 걸 크러시 같은 에너지를 많이 보여준다면, 로저 비비에와 함께할 땐 완전히 다른 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아요. 로저 비비에 덕분에 저도 공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이(웃음)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닌가 싶어요. 덕분에 비주얼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색다른 경험도 많이 하고 있어요.
로저 비비에와 함께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난해 F/W 파리 컬렉션이 떠올라요. 컬렉션 마치고 본사에서 진행한 애프터파티 때 스타일링이 저의 최애였거든요. 파티 분위기도 좋고, 마음에 드는 사진도 잔뜩 남겨서 너무 즐거웠어요. 아, 그리고 로저 비비에 팀에서 도시를 즐길 시간을 주고 싶다면서 크루즈를 준비해주셨는데, 그 시간도 무척 귀했어요. 팀 로저 비비에는 참 따뜻하고 다정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월드 투어 준비로 한창 바쁠 것 같아요. 맞아요. 매일 연습하다 주말에는 해외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와 다시 연습하는 일정의 연속이에요. 모든 공연이 그렇지만, 투어는 특히 물리적인 연습량이 많아야 해요. 매번 환경이 다른 곳에서 공연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멍해질 때가 있거든요. 제가 그런 변수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무리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해요. 그리고 투어가 얼마나 체력전인지 아니까, 운동도 하고요.
안무 연습만으로도 운동은 충분하지 않아요? 춤은 다 유산소운동이라서 힘과 체력을 기르는 운동과는 별개예요. 근력 운동이 필요해요. 아직 실천은 못 하고 있지만요.(웃음)
있지의 세 번째 월드 투어 <TUNNEL VISION>은 어떤 무대가 될 거라 기대하나요? 새 앨범 <TUNNEL VISION>의 주요 내용이 모든 감각을 차단 한 후, 다시 열었을 때 폭주하듯 극대화되는 것을 감각하자는 것이거든요. 그 감각 자체를 공연에서 잘 보여주고 싶어요. 집중했을 때의 고요함 과 에너지를 분출할 때의 폭발력, 두 가지를 모두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거라 자신해요.
말만 들어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되네요. 재미있을 거예요. 그만큼 준비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요.(웃음)
있지의 퍼포먼스는 앨범이 나올 때마다 확장되고 변화해요. 잘하는 것 보다 안 해본 것을 시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듯해요. 자랑이 아니라, 저희 팀 멤버 모두 춤을 너무 잘 춰요. 연습생 때부터 장르의 제약 없이 이것저것 많이 배워둔 데다 다들 어떤 걸 배우든 잘 따라왔어요. 그러니까 평균에 머물기엔 그 재능들이 아깝잖아요. 제가 디렉터라도 이 멤버들로 뭐든 시도해보고 싶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점점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나 싶어요. 춤뿐만 아니라 보컬도 마찬가지예요. 저희가 올해 7년 차인데요. 지난 시간 동안 있지 앨범 안에서도 되도록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려 했고, 또 저희가 은근히 OST에도 많이 참여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성장한 걸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Gold> 앨범에 있는 두 번째 트랙 ‘Imaginary Friend’를 좋아하는데, 그 곡에 멤버들 보컬의 매력이 제일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있지의 시도는 계속될까요? 다음 성장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시도하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지만, 한편으론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한 적도 있어요. 그게 오히려 틀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이제는 5명 모두 원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줘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가 얼마큼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것 또한 새로운 시도일 테니까요. 팬들도 요즘 “이제 너희가 하고 싶은 걸 해”라는 말을 많이 해줘요. 7년쯤 지나니 저희도, 팬들도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잠시 7년 전 데뷔를 앞둔 시점으로 돌아가볼게요. 열아홉의 예지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어요? 데뷔조가 되었다고 해도 연습생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무엇도 확실한 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불안감도 즐기려 한 것 같아요. 얼마나 좋아요. 원하던 회사에 들어가고, 하고 싶은 음악을 시작하고, 그걸 곧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예지가 예지에게. 사실 제가 데뷔 전까지 비주얼에 자신감이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주 운 좋게 데뷔곡 ‘달라달라’의 컨셉트와 잘 맞아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그 사랑 덕분에 가사처럼 ‘I love myself’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너는 복 받은 거야!”(웃음)
있지의 2026년은 절반 이상이 월드 투어로 채워질 예정이에요. 대장정을 앞두고 지금의 나에게도 힘을 주는 말을 한마디 해줄까요? 늘 투어를 하고 나면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아요. 다양한 라이브 무대를 치르면서 실력이 성장한 덕도 있지만, 무대를 어떻게 끌고 갈지,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기도 해요. 또 멤버들과 유대감을 쌓는 시간의 영향도 있을 테고요. 이번 투어도 그런 것들이 기대돼요.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잘 간직하라 말해주고 싶고요. 제일 중요한 건, 다치지 마! 그리고 제가 원래 스스로에게 칭찬을 잘 안 하는데요, 이번 투어를 잘 마치고 돌아오면 기특하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해주고 싶어요.
투어 떠날 때 꼭 챙기는 게 있나요? 베개요. 다른 건 몰라도 베개는 필수예요.
베개요? 호텔마다 베개가 다르잖아요. 너무 빵빵하게 부푼 것도 있고, 너무 납작한 것도 있고요. 저는 목이 불편하면 잠을 못 자서 몸에 맞는 베개를 항상 챙겨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보드게임도 가져가기로 했어요. 투어 내내 멤버와 스태프들이 동고동락하잖아요. 그럴 때 보드게임이 의외로 되게 유용해요. 이번에 새로운 게임을 가져가고 싶은데, 생각난 김에 오늘 찾아봐야겠어요.(웃음)
생각보다 짐이 단출한데요.(웃음) 그리고 생필품 몇 가지면 끝이에요. 가볍게 떠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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