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고질적인 보건 난제인 뎅기열을 잡기 위해 한국의 바이오 기술이 베트남 현지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단순히 특정 질환 치료제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여러 바이러스에 동시에 대응하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이하 현대바이오)는 지난 5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베트남 국립열대질환병원(NHTD) 및 보건당국과 공동으로 ‘뎅기 및 유사질환 치료제’ 글로벌 임상 개시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현대바이오가 개발한 범용 항바이러스 후보물질 ‘제프티(Xafty, CP-COV03)’의 기술력을 실제 감염병 유행 지역에서 검증하고, 베트남을 글로벌 감염병 대응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현장에는 쩐티쭝찌앤 전 베트남 보건부 장관과 현직 보건부 차관 등 현지 보건의료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 정부가 이번 임상을 단순한 외자 기업의 연구 지원을 넘어 국가적 보건 안보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행사에 참여한 전 보건부 장관은 “뎅기열은 동남아시아 공중보건을 끊임없이 위협해온 고질병”이라며 “베트남에서 출발하는 이번 글로벌 임상이 성공한다면 감염병 대응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보건부 차관 역시 축사를 통해 국립열대질환병원의 연구 역량과 현대바이오의 기술 결합을 높이 평가하며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임상이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범용(Broad-spectrum)’이라는 접근 방식 때문이다. 기존 항바이러스제가 특정 바이러스 하나만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현대바이오의 플랫폼은 뎅기를 시작으로 그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여러 바이러스 질환까지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감염 초기 단계에서 바이러스 종류를 특정하기 전이라도 즉시 투여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 모델을 설계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향후 또 다른 팬데믹이 닥쳤을 때 초기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실제 감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베트남 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임상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바이오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미국 국방부 산하 의학 화생방 방어 컨소시엄(MCDC)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며 기술적 신뢰도를 쌓아왔다. MCDC는 생물학적 위협에 대응하는 첨단 기술을 평가하는 까다로운 네트워크다.
제프티가 가진 범용 항바이러스 잠재력이 미국 국방부 협력 체계 내에서 인정받은 만큼, 이번 베트남 임상은 해당 기술력을 상업적 성과로 연결하는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국제적 네트워크가 향후 글로벌 판로 개척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상을 총괄하는 정진환 현대바이오 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치료제 개발을 넘어 다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플랫폼의 글로벌 검증 과정”이라며 “베트남 정부의 지지를 바탕으로 베트남이 글로벌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또한 “3월 임상 개시를 기점으로 최대한 속도를 내어 조기에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는 즉시 신속 허가 절차를 밟아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만 범용 항바이러스제는 기술적 난도가 워낙 높고, 국가별 보건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대규모 글로벌 임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현대바이오가 진정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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