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인공지능(AI)을 단순 고객 상담 보조 수준의 활용을 넘어 여신 심사·자산 관리 등 핵심 업무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담 편의성 개선을 위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금융회사 운영 구조 자체를 바꾸는 ‘AI 기반 생산성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카드사들은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기술을 활용해 상담 업무뿐 아니라 여신 심사, 자산 관리, 내부통제 등 핵심 업무 영역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엔터프라이즈 레벨(Enterprise Level) AI 에이전트 기반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에 착수했다. 기존 시스템과 연계된 AI 에이전트를 업무 전반에 도입해 금융회사 운영 체계를 AI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업무자동화, 5대 영역 29개 업무에 총 175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오는 12월까지 97개 에이전트를 먼저 적용하고 내년 초까지 추가로 78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은 이를 통해 업무 처리 속도가 약 30%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옥일진 우리은행 AX혁신그룹 부행장은 “금융시스템에 AI가 결합돼 ‘묻고 답하는 AI’에서 ‘일하고 해결하는 AI’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이라며 “AI 기반 경영 시스템 전환을 통해 의사결정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도 상담 영역을 중심으로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생성형 AI를 고객센터 상담 시스템에 접목해 상담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높였다.
생성형 AI를 적용하면서 고객 질문에 포함된 오타나 다양한 표현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복합 질문에 대한 응답 능력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KB국민카드는 향후 상담사가 고객 문의에 대응할 때 관련 매뉴얼과 안내 정보를 자동 추천하는 기능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담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상담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저축은행권에서도 AI 기반 금융 서비스 도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음성 명령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키보드 입력을 최소화하고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를 확대하려는 시도다.
금융권의 AI 도입 확대는 금리 피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익 성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에는 챗봇 등 고객 상담 보조 기능 중심으로 AI가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여신 심사, 리스크 관리, 자산 관리 등 핵심 의사결정 등으로 영역이 확산되는 단계”라며 “앞으로 금융회사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업무에 깊이 결합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AI 경쟁이 단순 상담 자동화를 넘어 금융회사 업무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일하는 AI’ 도입이 확산될 경우 금융회사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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