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정치도 반도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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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정치도 반도체처럼

더리더 2026-03-06 09:40: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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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을 보고 있으면 경외심마저 듭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거인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냉혹한 전쟁터에서 서로를 채찍질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기술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건강한 경쟁’을 펼칩니다. 이들의 경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파괴가 아니라, 서로의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K-반도체’는 거센 풍랑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진영 논리에 갇힌 우리 정치는 '정치외면'을 부추깁니다. 반도체가 보여준 그 ‘건강한 경쟁’과 ‘국익을 향한 전진’은 간데없고, 오직 상대를 부정하기 위한 소모적 정쟁만 가득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월 12일 협치를 모색하기 위한 오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지만 장 대표가 전격적으로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약속을 직전에 취소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장 대표가 발길을 돌린 명분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재판소원법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에 법원의 재판까지 포함하는 이 법안을 두고,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사법 체계 파괴"라며 거세게 맞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정책적 이견에 그치지 않고, 국정 운영 자체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놓고 싸우면서도 공장 라인은 멈추지 않는 것처럼, 정치도 정쟁과는 별개로 민생과 국익을 위한 입법은 굴러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는 상대의 정책을 '재앙'으로 규정하며 대화의 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우리가 안에서 싸우는 동안 밖의 상황은 긴박하기만 합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으의 '관세 폭주'는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안보 상황 역시 심상치 않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당초 계획했던 '자유의 방패(FS)' 훈련 발표를 돌연 연기했습니다. 야외 기동 훈련의 규모와 방식을 두고 양국 간에 미묘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속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오히려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성공한 비결은 명확합니다. 세계라는 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혁신하고, 외부의 위협에는 기민하게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정치도 반도체만큼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밖에서 불어오는 관세 폭탄과 안보 위기라는 폭우 속에서, 우리 정치권이 부디 '집안싸움'을 멈추고 국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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