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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전 세계 관광 및 항공 산업이 거대한 충격에 빠졌다. 한국 정부는 이란 전역에 최고 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으며 현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의 긴급 귀국과 대피가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중동 상황 악화로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우려가 커진 이란 전역에 대해 지난 5일 오후 6시부로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기존 3단계 ‘출국권고’에서 상향된 조치다.
전쟁 여파로 귀국 행렬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테헤란을 출발해 이스탄불을 경유한 교민 20여 명이 5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날 두바이를 방문했던 단체 관광객 36명과 또 다른 관광객 39명도 각각 귀국했다. 모두투어는 현재 두바이에 체류 중인 고객 150여 명을 위해 타이베이를 경유하는 대체 항공편을 확보했으며 이들은 6일 새벽 출발해 밤늦게 인천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해운 마비… 2만 편 이상 결항 및 100만 명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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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전 세계 항공 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항공 데이터 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지난 2일(토요일) 이후 영공 폐쇄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2만 편 이상의 항공기가 결항됐으며 이로 인해 10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발이 묶였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제선 허브인 두바이 국제공항을 포함해 카타르, 요르단, 이스라엘, 키프로스 등의 공항 운영은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향하면서 두바이 팜 주메이라 인근에 파편이 떨어져 부상자가 발생했고, 버즈 알 아랍 호텔 일부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관광 시설 피해도 보고됐다.
해상 여행도 멈춰 섰다. 두바이와 카타르 항구에는 MSC 유로비아(MSC Euribia) 등 크루즈선 6척이 정박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선박에는 승객 1만 5000명과 승무원 6000여 명이 탑승 중이다. MSC 크루즈 측은 두바이에서 출발하는 잔여 겨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여행 비용 급등… 유럽행 항공권 최대 80%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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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와 유가 상승이 맞물리며 여행 비용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무력 충돌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을 넘기도 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환율의 불확실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호주여행산업협회(ATIA)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2주 내 유럽행 항공권 가격은 전쟁 전보다 20%에서 최대 80%까지 급등할 전망이다. 수요 급증과 공급 축소가 맞물려 가격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여행사 조사에 따르면 분쟁 이후에도 약 절반의 고객은 기존 예약을 유지하고 있으나, 34%는 경로 변경 등 소폭 조정, 17%는 대규모 변경 또는 취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여행사 웹젯도 신규 유럽 예약 중 상당수가 싱가포르, 홍콩, 방콕, 쿠알라룸프르 등 아시아 허브 경유 노선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가의 보험 문의도 폭증했따. 온라인 보험 마켓플레이스 스퀘어마우스(Squaremouth)는 ‘어떤 이유로든 취소 가능한’ 고가 여행 보험 상품에 대한 문의가 이번 주에만 18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중동 관광 시장 560억 달러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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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올해 전 세계 관광 산업의 가치를 11조 7000억 달러로 추산했으나 이번 전쟁이 성장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변수가 됐다. 유엔 관광기구(UN Tourism)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중동 방문객은 약 1억 명으로 전 세계 관광객의 7%를 차지했다.
컨설팅 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분쟁으로 인해 올해 중동 지역 입국객이 전년 대비 11~2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예상치보다 관광객 수가 2300만 명에서 최대 3800만 명 줄어드는 수치이며 관광 지출 손실액은 최소 340억 달러(약 50조 원)에서 최대 560억 달러(약 8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행 컨설팅업체 애트모스피어 리서치 그룹 창업자인 헨리 하르터벨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9·11 테러 이후 이처럼 장기간 지리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사건은 없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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