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유산연구소, 25∼27일 목포서 신안선 출수 유물 선보여
'한국 수중고고학' 시작 알린 발굴 50주년 맞아 9월 특별전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75년 여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도자기 6점이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얼핏 봐도 범상치 않은 푸른 빛이었다.
이듬해 문화재관리국(현재 국가유산청)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이 모인 조사단이 꾸려져 대규모 수중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20m에 이르는 수심에, 거센 물살 등 열악한 상황을 견디며 조사한 기간은 약 9년.
수백 년간 바다에 잠겨 있던 배에는 무게가 약 28t에 이르는 중국 동전을 비롯해 도자,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 등 2만 점이 넘는 '당대 역사'가 함께 있었다.
한국 수중 고고학의 탄생을 알린 시작, '신안선'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한국 수중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이달 25∼27일 사흘간 전남 목포 연구소 강당에서 신안선에서 나온 자단목을 공개한다고 6일 밝혔다.
신안선은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원나라 무역선으로 추정된다.
신안 해역에서 침몰한 뒤 1976년 발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발굴 조사와 보존·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전시 중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이뤄진 본격적인 해양유산 조사"라며 "14세기 동아시아 해상 교역의 실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신안선에서 발견된 유물 가운데 자단목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자단목은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생산된 고급 목재로, 당시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유통되던 귀중한 교역품 중 하나로 여겨진다.
유물 대부분은 나무 상자에 담긴 채 발견됐는데, 자단목 1천여 점은 화물칸 가장 아래에 중국 동전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둔 것으로 조사됐다.
무겁고 단단한 화물을 먼저 배치해 배의 균형을 잡으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된 자단목 중에서는 길이가 2m에 이르는 큰 목재도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배에 선적된 상태로 이처럼 많은 양이 확인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당시 국제 교역망의 규모, 구조를 이해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자단목에 남은 글자, 기호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신안선에서 발견된 자단목 중 약 350점에는 '대일'(大一), '본'(本) 혹은 로마 숫자로 10을 표현하는 'Ⅹ' 등이 새겨져 있었다.
물품 관리 방식이나 목적지, 유통 체계 등을 추정할 근거로 풀이된다.
일부 문자나 문양이 당시 일본의 무사 혹은 유력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단체나 집안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상징적 표지)일 수 있다는 학계 분석도 있다.
연구소는 관람객들이 자단목의 형태나 표면에 남은 다양한 흔적을 가까이서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공개 행사는 오후 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며 9일부터 13일까지 전자우편(juhye39@korea.kr)을 통해 선착순으로 총 30명(하루 10명)을 모집한다.
연구소는 올해 9월에는 자단목을 주제로 한 특별 전시를 열 예정이다.
연구소 측은 유물을 고해상도로 촬영하고 정밀 실측한 뒤 자단목의 형태와 문양, 명문(銘文·새겨놓은 글) 등을 3차원(3D) 데이터 자료로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연구소는 "신안선 발굴 이후 50년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나누고, 자단목이 보여주는 14세기 동아시아 해상 교역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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