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튀르키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그 사람이 죽어서 정말로 기쁜 마음입니다. 제 친구들은 거의 축제예요."
5일(현지시간) 새벽 튀르키예 동쪽 끝 소도시 반(Van) 공항의 게이트에서 만난 20대 이란인 여성 메르사나(가명)가 지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죽자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기자가 지난 이틀간 이란에서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라지∼카프쾨이 국경검문소 앞에서 만난 피란민들 가운데 하메네이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을 꺼내자 메르사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잘랐다.
메르사나는 "이란에서도 보수적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젊은이들은 다들 반겼다"며 "우리 엄마도, 아빠도 모두 소식을 듣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경유지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메르사나의 짐은 작은 배낭, 그리고 장바구니 같은 손가방이 전부였다. 모자티에 얇은 재킷 하나만 걸친 차림으로 영하 10도의 추위를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기자가 눈밑에 시퍼런 다크서클을 보고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나흘 동안 한숨도 못 잤다"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메르사나는 한 동유럽 국가 수도에서 의학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방학을 맞아 가족이 있는 이란 북동부의 고향 마슈하드를 찾은 동안에 폭격이 시작됐다고 한다.
마슈하드는 시아파 이슬람 성지로 유명한 도시지만, 군사·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인지 이번 무력충돌의 직접적인 타깃에서는 비껴나있다.
메르사나는 "우리 동네는 정말 안전하고, 무섭다고 느끼지도 않는다"고 여러번 힘줘 말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는 듯했다.
오히려 계속 가족 곁에 머물고 싶었지만, 어서 안전한 곳으로 떠나라는 어머니의 채근에 등떠밀려 집을 나선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이란의 신정일치 정권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교한 공격을 맞아 위기에 내몰리는 과정을 시시각각 뉴스로 챙겨보며 뜬눈으로 사흘밤을 샌 메르사나는 지난 3일 육로를 통한 출국을 시작했다.
마슈하드에서 북서부 타브리즈, 호이 등 도시를 거쳐 국경 코앞인 라지 마을까지는 거의 1천800㎞에 달한다. 버스를 갈아타며 하루 꼬박 먼 길을 이동했다.
지난 4일 검문소에 도착했지만 출입국 시스템 오류로 통행이 지연됐고, 11시간을 더 기다린 뒤에야 튀르키예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메르사나는 히잡을 쓴 여성들 무리 속에서 생머리를 그대로 드러낸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히잡은 이란 신정체제에서 억압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날 튀르키예 당국은 카프쾨이 국경 인근 도시 반에서 이란 수도 테헤란까지 이어지는 여객열차 운행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날 유엔난민기구(UNHCR)는 최근 무력충돌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약 10만명이 떠났으며, 전국적으로 약 27만5천400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다만 상당수가 국내에서 이동하고 있으며, 국경 상황은 아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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