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D램 시장이 사실상 ‘시간 단위 가격 책정’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선불 또는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DigiTimes’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D램 가격이 빠르게 변동하며 시간 단위로 가격이 바뀌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는 약 100개 수준의 대형 구매 기업과 19만 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제한된 메모리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주요 자동차 제조사, 스마트폰 제조사 등 대형 고객들은 여전히 우선 공급을 받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막강한 구매력 덕분에 가격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대형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을 우선 배정하면서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에는 선불 또는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55~6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DigiTimes’ 보고서는 2026년 2분기 D램 가격이 추가로 70%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이러한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이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IT 기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HP에 따르면 최근 PC 제조 비용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이전 분기의 15~18%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메모리 가격 부담으로 2026년 PC 출하량이 10% 이상 감소하고 스마트폰 출하량도 약 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체 조립 PC 시장이나 화이트박스 PC 제조업체 등 중소 규모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업계에서는 또 다른 변수도 제기된다. 메모리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DigiTimes’는 충분한 수의 중소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현재의 공급 부족이 오히려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지금의 메모리 가격 급등이 일시적인 ‘공급 부족 착시’였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와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메모리 산업은 초호황을 맞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양극화와 공급 구조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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