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지난 3년 연속 평균 관중 1만 명을 돌파한 K리그1이 역대 최고 시즌을 기대하며 지난 주말 개막했다. '풋볼리스트'는 K리그1 감독들에게 세 가지 공통 질문을 던지며 어떤 2026년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가늠하려 했다. 우승후보 팀의 수장은 그 무게와 싸우고 있었고, 상대적 약팀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한 준비를 치열하게 진행 중이었다. 시즌 초 인터뷰를 일체 삼가는 일부 감독은 답변을 고사했다. <편집자 주>
세르지우 코스타 제주SK 감독은 ‘친절해진 벤투’라고 해도 될 것이다. 직접 목소리를 들을 때 느껴지는 친절함을 싹 빼고 그의 발언을 글로 읽어보면,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감독이 하던 발과 판박이다. 전술관과 팀 구축에 대한 철학이 똑같다. 벤투 감독을 보좌해 한국뿐 아니라 포르투갈, 아랍에미리트(UAE), 올림피아코스 등에서 동행했던 세르지우는 단순한 벤투의 아랫사람이 아니라 그의 동반자였다. “벤투 감독의 축구를 나도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철학이 그대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한다.
그가 벤투 감독과 다른 점을 짐작할 수 있는 건 공격수 신상은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때부터였다. 제주는 새로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 기티스의 기존 징계가 남아 있어 개막전 원톱으로 신상은을 기용했다. 신상은은 과거에 풀백까지 소화했을 정도로 수비가담이 좋은 측면 공격수였지, 전문 스트라이커 경험은 많지 않다. 기티스도 아직 실전에서 본 적은 없지만 본인 득점보다 팀 플레이가 뛰어난 스트라이커로 알려져 있다. 스트라이커에게 당연히 득점을 요구하지만 전방압박 등 팀플레이를 먼저 주문하면서 다같이 득점 기회를 잡는 게 세르지우 감독의 구상이다. 그는 신상은이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며 만족을 표했다.
▲ 가장 듣기 싫은 말 “체계가 없다는 말은 싫다, 그건 야망이 없다는 뜻이니까”
제가 올 시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우리 팀과 구단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듣기 싫은 말은 체계적이지 않고 혼란스럽다는 말이다. 야망과 접근성이 없는 팀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좋은 방향이란 게임모델에 따라 훈련과 경기를 해나가면서 공격과 수비가 계속 향상되는 것이다. 나아가 구단 차원에서도 좋은 방향이란 존재한다. 모든 부서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생각을 갖는 것이다.
나의 게임모델? 수비와 공격에서 적극적인 축구를 하려고 한다. 공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늘 능동적인 경기를 하려 한다. 공격과 수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리 숙지하고, 경기를 지배하려는 야망이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잘 갖춰진 밸런스를 갖는 걸 의미한다.
벤투 감독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그럴 수 있다. 벤투 감독과 절 비교하는 건 당연한 발상이고, 영향을 받은 면이 있다. 다만 벤투 감독이 만든 축구가 아니라 함께 만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함께 일한 클럽과 국가대표 어느 팀이든 마찬가지였다. 그때와 그대로인 점은 항상 공을 갖고 경기를 지배하려는 것, 유기적인 움직임과 빌드업이다. 파이널 서드에 도착했을 때 박스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는 것, 상대의 카운터 어택을 저지하는 것이다. 차이점에 대해서 자세하게 밝히긴 힘들지만 같이 일할 때 대체로 같은 생각을 해도 당연히 차이점은 있었다. 또한 가진 선수에 따라 당연히 축구가 달라진다. 우리가 맡았던 한국 대표팀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우리 제주에는 직선적인 선수가 많다.
벤투 감독이 응원하러 오냐고? 올해 안에 올 계획이긴 한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3주쯤 전에 할아버지가 됐다. 손주가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보러 다녀왔고, 포르투갈로 복귀한지 얼마 안 됐다. 서울에서 한국 친구들을 만나고 제주에 와서 나도 만나려면 한국에 꽤 머물러야 하는데 가족과의 일정이 먼저다.
▲ 가장 많이 부르는 선수 “신상은, 잘생긴 건 모르겠는데 전술적 요구는 굉장히 만족”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할 때 전부 동일하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 명이라면 신상은을 꼽겠다. 신상은에게 전술적으로 요구하는 건 공격수로서 이행하기 어려운 요구이기 때문이다. 전술적인 부분,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첫 번째 압박을 많이 강조한다. 경기마다 압박 방식을 바꾼다. 신상은에 대한 요구도 달라진다. 때로는 공간침투를, 때로는 공을 받으러 오라고 요구한다.
신상은의 퍼포먼스가 굉장히 만족스럽다. 경기뿐 아니라 훈련에서도.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니지 않냐고? 당연히 득점을 요구하는 건 다른 공격수와 마찬가지다. 때로는 신상은이 공간을 만들어 주고 다른 선수가 넣을 수도 있다. 누가 넣든 상관 없다. 결정력 훈련을 많이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상은의 스트라이커 역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신상은은 골 이상을 해 준다.
외모? 포르투갈에서 남자는 여자의 미모를 주로 평가하지 남자의 외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 올해 제일 바꾸고 싶은 것 “강등 걱정 없이 평화로운 시즌”
조금 더 안정적이었으면 한다. 평화로운 시즌, 좋은 경기, 긍정적인 결과를 갖고 싶다. 구단이 팀적으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평화롭다는 건 강등권과 멀다는 이야기다. 잔류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최고의 위치로 가기 위한 싸움을 하겠다는 야망이 있어야 한다. 일단 파이널 A로 갈 만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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