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이란이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정박 중이던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배럴당 80달러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데다 중국의 정제유 수출 중단까지 겹치며 공급 불안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 45분 기준 배럴당 79.26달러에 거래됐다. 전장 대비 6.16% 급등한 수준으로, 장중 한때 79.97달러까지 치솟아 배럴당 80달러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대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걸프해역에서 발생한 유조선 폭발 소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바스라주 호르 알주바이르 항구 인근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 1척이 폭발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이 항구는 걸프해역 최북단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쿠웨이트 국경과도 가까워 역내 원유 수송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미국 선사인 소난골마린서비스는 성명을 통해 현지시간 이날 오전 1시 20분께 정체불명의 소형 선박 한 척이 바하마 선적 유조선 ‘소난골 나미베호’ 좌현으로 접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걸프해역 북부에서 미국 유조선을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혁명수비대가 언급한 선박이 소난골 나미베호와 동일한 선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난골 나미베호의 실질 관리회사는 스웨덴의 스테나벌크 유한회사이며, 이 회사의 본사는 미국에 있어 이란 측의 ‘미국 유조선’ 주장과 맞닿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초(超)전략 요충지다. 최근 긴장 고조로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역내 산유국들의 생산과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세계 5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투자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원유 공급이 며칠 내로 중단될 수 있다”며 “분쟁 8일째에는 하루 최대 330만 배럴의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발 악재도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자국 최대 정유사 경영진을 소집해 정제 석유제품 수출을 일시 중단하라고 구두 통보했으며, 이 조치가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정제유 수출까지 조이는 상황은 이미 빠듯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을 한층 더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중동 산유국의 생산 차질, 여기에 중국의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주요국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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