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의 자금 흐름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수십 년간 부동산과 담보대출 중심으로 굳어온 자금 배분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기업과 첨단산업으로 자본을 유도하려는 정책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생산적 금융 전환의 정책 배경과 함께 대형·중소형 증권사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김유진 기자 |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대형 증권사 중심의 모험자본 공급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생태계에서 역할을 확대해왔지만 자기자본 요건에 막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 각각 8조원 이상,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자본 규모에 따라 사업 참여 여부가 갈리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형사의 참여 경로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중소형사들은 모험자본 생태계에서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IBK투자증권, 중기특화로 모험자본 공급
대표적인 사례가 IBK투자증권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16년 5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지정제도 도입 이후 5기 연속 선정(매 2년 마다 지정)되며 약 10년간 정책 자금 공급 역할을 맡아왔다.
또한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중기특화 증권사 8곳이 공급한 모험자금은 총 12조8991억 원으로, 이 중 IBK투자증권이 3조8634억 원을 지원해 약 3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IBK투자증권은 코넥스 상장 주관, 중소·벤처기업 IPO 지원, 비상장·코넥스 기업 채권 발행 주선, 직접투자 및 출자, 중소·벤처기업 지원 펀드 운용, 온라인 소액투자중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IBK금융그룹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로 연결하는 구조도 강점으로 꼽힌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10월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 세미나'에서 “중기특화 증권사를 더 많이 늘리고 제도적 뒷받침과 인센티브 체계가 개선된다면 생산적 금융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신증권, 발행어음 없이 IB 강화
10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이나 IMA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대신증권의 행보도 눈에 띈다.
대신증권은 종투사 지정 이후 자기자본을 확충하며 기업금융과 신용공여 여력을 확대하고, 주선·인수·투자를 아우르는 종합 IB 체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IBK벤처투자와 ‘넥스트 밸류업 펀드’를 공동 결성해 초기 기업 발굴부터 성장 단계 투자까지 연계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종투사로서 축적한 딜 소싱 역량을 활용해 초기 기업 발굴부터 성장 단계 투자까지 연계하는 구조를 만들어 중장기 성장 자본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업공개(IPO), 회사채, 인수합병(M&A), 구조화 금융 등 전반적인 IB 기능을 강화해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실행 축으로 내세운 국민성장펀드에서도 중소형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으로 선정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연계된 해상풍력 설치선 ‘누리바람’ 인수 프로젝트의 금융주관을 맡으며 첫 모험자본 딜을 성사시켰다.
한편 업계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가 대형사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자본 규모에 따른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 참여 요건이 자본 규모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중소형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별도 트랙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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