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우리가 먹는 복제약 가격이 세계적으로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오는 7월 이후 하반기에 약값을 내리는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단행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제약산업을 연구개발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수익성 악화와 고용 불안을 이유로 거세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정부의 확고한 개편 의지와 업계의 반발, 그리고 해외 사례를 통한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를 3편의 기획기사로 집중 분석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병원에서 처방받는 고지혈증 약이나 혈압약 중에는 이름만 다를 뿐 성분과 효능이 똑같은 약들이 수십 가지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에 달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제네릭 의약품, 즉 복제약이라 부른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복제약의 가격을 처음 개발된 오리지널약 가격의 53.55%로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분석한 여러 통계 자료를 보면 이 가격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2024년 조사 결과, 한국의 복제약 가격 수준은 미국과 비교하면 1.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나 독일과 비교해도 훨씬 비싼 편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값보다는 무려 2.17배나 높다. 똑같은 성분의 약을 우리 국민만 유독 두 배 넘는 비용을 지불하며 먹고 있는 셈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국민이 내는 보험료 부담으로 직결된다.
복제약 가격이 높게 유지되다 보니 국내 제약사들은 좋은 약을 새로 개발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복제약을 하나라도 더 많이 찍어내는 데 열을 올린다.
보건복지부의 최신 자료를 보면 고지혈증 치료제인 아토르바스타틴 10mg 성분의 경우 2024년 기준으로 149개의 복제약이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록돼 있다. 혈압약인 암로디핀과 발사르탄 복합제 역시 122개의 복제약이 난립하고 있다. 독일이 보통 한 성분당 10개 내외의 복제약이 경쟁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상식적으로 많은 숫자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약이 쏟아져 나오지만, 시장에서 가격 경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값이 법으로 정해진 상한가 근처에서 비슷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가격을 낮춰 경쟁하는 대신 의사들에게 자기네 약을 써달라고 권하는 마케팅에만 집중한다.
특히 영업 대행사라고 불리는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에 약값의 40%에서 6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한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급여 의약품의 73.7%가 보험 가격의 40% 이상을 영업 수수료로 지출하고 있다.
결국 높은 약값으로 인한 이익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개발비로 쓰이지 않고 영업 전쟁을 위한 자금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복제약 가격을 오리지널약의 40%대로 낮춰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고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아낀 재원은 치료비가 수억 원에 달해 환자들이 엄두를 못 내는 희귀질환 치료제나 중증질환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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