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잔머리는 ‘정리되지 않은 것’의 상징이었다. 헤어라인에 어정쩡하게 떠오른 짧은 모발은 단정함을 해치는 요소였고, 드라이어와 스프레이로 눌러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사람들은 잔머리를 숨기기보다 살리고, 심지어 일부러 잘라 만들기도 했다. 이 열광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잔머리는 얼굴형과 인상을 동시에 바꾸는, 가장 미세하지만 가장 직관적인 장치기 때문이다.
헤어 디자이너들과 이미지 컨설턴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잔머리의 효과는 명확하다. 헤어라인의 ‘직선성’을 무너뜨린다는 것.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을 때 이마선이 또렷하면 또렷할수록 인상은 성숙해 보인다. 반대로 잔머리가 그 경계를 흐리면, 얼굴 윤곽은 부드러워지고 이마와 얼굴 사이의 대비가 줄어든다. 실제로 여러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잔머리는 얼굴 크기를 줄여 보이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특히 M자 라인이나 넓은 이마를 가진 경우 잔머리는 ‘커버’라기보다 시선 분산 장치에 가깝다. 가려서 숨기는 것이 아니라, 헤어라인의 형태 자체를 다시 그리는 셈이다. 그래서 잔머리는 단순 커트를 넘어 이미지 전략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잔머리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영구적인 방식, 반영구적인 방식 그리고 완전히 연출에 가까운 방식이다. 먼저 잔머리 커트.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직접 자르는 셀프 커트는 위험하다”라고 말한다. 잔머리는 짧다고 해서 아무 데서나 자르면 안 된다. 이마 중앙, 관자, 귀 옆 등 부위별로 길이와 방향이 달라야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어 숍에서는 얼굴형과 가르마 방향을 기준으로 잔머리의 밀도와 위치를 계산해 커트한다. 그 뒤 이어지는 것은 당연히 잔머리 펌이다. 뿌리 볼륨 펌과 결합해 헤어라인 주변에 아주 약한 컬을 주는 방식이 늘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스타일링을 하지 않아도 잔머리가 ‘있는 것처럼’ 유지된다는 것이다. 다만 두피 가까이에 하는 시술인 만큼 전문가들은 반드시 모발 상태를 먼저 체크할 것을 권한다. 그다음 가장 대중화된 방식은 전용 제품을 사용하는 것. 헤어 마스카라, 잔머리 왁스, 헤어 셰이딩 등 제품을 활용해 원하는 만큼만 잔머리를 더하거나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명확하다. 실패해도 되돌릴 수 있고, 그날의 메이크업이나 분위기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논쟁적인 아이템은 ‘잔머리를 자라게 한다’는 콘셉트의 세럼들이다. 속눈썹 세럼에서 출발해, 이제는 헤어라인 전용 제품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비교적 일관된다. 특정 성분을 바른다고 해서 없던 모발이 새로 자라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전문의들은 모발 생성은 모낭의 기능과 호르몬,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며 화장품은 그 과정을 ‘보조’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다만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두피 컨디션을 개선하고, 모발이 끊어지지 않도록 도와 이미 존재하는 잔머리가 더 또렷하게 보이게 만드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즉 ‘발라서 만든다’기보다는 지키고 강조한다는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최근 잔머리 세럼의 효능은 탈모 치료처럼 과장된 메시지보다는 헤어라인 관리, 두피 케어, 모발 보호 쪽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잔머리를 채울 방법은 이제 무궁무진하다. 자르든, 채우든, 연출하든 방식은 다양하다. 어쨌든 잔머리는 지금, 우리를 가장 쉽게 업그레이드해주는 뷰티 옵션이다.
BEAUTY ITEMS
1 비어 보이는 헤어라인을 톡톡 채워 얼굴 윤곽을 또렷하게 보완해준다. 팡팡 헤어 섀도우 1만6천원 Etude.
2 두피 컨디션을 케어해 기존 잔머리가 더 건강해 보이도록 돕는 헤어라인 전용 앰풀. 두피강화클리닉 헤어라인 앰플(탈모증상완화) 2만4천원 Labo-H.
3 가볍게 발리면서 잔머리에 결만 살려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텍스처 왁스. 함께 판매되는 브러시를 사용하면 원하는 결 따라 손쉽게 정돈할 수 있다. 에어리 텍스처 헤어 왁스 2만5천원 Nesh.
4 잔머리를 한 올씩 고정해 헤어라인을 또렷하게 정리해주는 모발 전용 마스카라. 하드 픽스 헤어 마스카라 2만1천8백원 Nar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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