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신에 혜성처럼 등장해 트렌드를 이끄는 악동의 얼굴로, 때로는 숏폼을 점령한 바이럴의 중심으로. 2020년 영앤리치 레코즈에 입단하여 'Unwanted Life' 'The Star' 등의 앨범을 발매한 래퍼 로얄44는 유독 눈에 띄는 속도로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왔다. 하지만 카메라가 꺼진 뒤 마주한 스물두 살의 청년은 세간의 인식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단단했다. 화려한 래퍼 '로얄44'라는 이름 뒤에 자리한, 인간 '동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
‘할 것’ 등 싱잉랩을 선보인 트랙들로 트렌디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죠.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래퍼 로얄44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간단히 표현하면 '체스'와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예요. 겉보기엔 굉장히 화려한 것만을 좇을 것 같지만, 혼자 있을 땐 체스를 두며 다음 수를 고민하는 정적인 시간을 즐겨요. 주변에서는 제 원래 성향이 굉장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죠.
〈라따뚜이〉라니 정말 의외네요. 콕 집어 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음악은 저의 일기장이에요. 현실의 동훈이 겪고 느낀 감정들을 일기로 쓰고, 그것을 로얄44라는 사업 아이템이자 페르소나를 통해 세상에 내놓는 구조죠. 영화에서도 작은 쥐가 사람의 머리카락을 잡고 마음대로 조종하잖아요. 저도 음악을 해오며 본명인 '동훈'과 래퍼 '로얄44'의 자아를 분리해 왔습니다. 로얄44는 동훈이 조종하는 일종의 아바타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2025년 발매된 음원 '비싼 건 알아가지고' 챌린지 유행 등 숏폼 플랫폼에서 보여준 화제성 역시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겠네요.
맞아요. 제가 소속된 레이블인 영앤리치레코즈의 이미지에 맞게 부를 과시하거나 위트 있는 펀치라인을 가사에 녹여내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예를 들어 스스로 어린 나이인 것을 알지만, '발랑 까져가지고' 와 같은 익살스러운 가사를 더하는 식이죠. 숏폼 영상도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주제라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 노래 중에 '아름다운 삶'이라는 곡이 있는데요. 이 곡을 알릴 때 숏폼에 경치 좋은 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삶'의 장면들을 활발히 찍어 올렸어요. 대중이 자신의 멋진 일상을 자랑하고 싶은 상황에 놓였을 때, 제 노래를 BGM으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미리 판을 깔아준 거죠.
카메라 앞에서의 여유로운 모습 이면에는, 상상 이상의 허슬이 숨어 있을 것 같네요.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에서 배운 것 같아요. 어린 저를 홀로 집에 두고 생계를 위해 쓰리잡을 뛰시던 어머니를 보며 진짜 허슬이 무엇인지 느꼈거든요.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거다'라는 말이 제 신념입니다.
음악만큼이나 '패션'에 진심인 것으로 유명해요. 'FASHION KILLER'라는 수록곡도 있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 본인만의 스타일링을 고집한다고요.
저에게 패션은 음악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가사로 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책을 읽고 단어를 수집하듯, 패션 컬렉션을 챙겨 보고 디자이너들의 역사를 공부해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간, 공간, 무드에 맞춰 옷을 입는 건 시각적 예술의 영역이거든요. 럭셔리라는 것도 단순히 비싼 옷을 걸치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어떤 바이브를 풍기느냐 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홉 살 차이 나는 여동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어요. 날 선 래퍼의 모습과 동생을 챙기는 다정한 오빠의 모습 사이의 갭이 신선합니다.
제가 거의 키우다시피 했어요. 어릴 땐 기저귀도 직접 갈아줬고요. 라부부 인형 등 동생이 갖고 싶어 하는 유행하는 물건이 있으면 어떻게든 구해주려 해요. 어디 가서든 제 동생의 어깨가 으쓱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오빠의 역할이니까요.
수퍼비,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등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선배들과 영앤리치 레코즈에서 호흡하며 어떤 자극을 받나요?
두 형에게서 배우는 점이 확연히 달라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형에게서는 대중 앞의 이미지와 달리 뒤에서 누구보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끈기와 추진력을 배웁니다. 수퍼비 형에게서는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인품을 배워요. 제가 방황하거나 실수를 했을 때도 형은 기다려 주었고, 팀 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리더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행동으로 보여주셨죠.
마지막으로, '로얄44'라는 이름에서 '44'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제가 4와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요. 한국에서 4는 죽음을 연상시켜 기피하지만, 4 더하기 4는 8이잖아요. 숫자 8을 눕히면 인피니티, 즉 무한한 뫼비우스의 띠가 됩니다. 인생은 음과 양처럼 계속 돌고 도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돌고 도는 운명의 흐름이 참 좋습니다. 모든 운명은 정해져 있고, 제게 주어진 길 위에서 영리하고 치열하게 다음 수를 두고 싶어요.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