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공습 때 대사관 지하로 대피…투르크메니스탄·튀르키예 거쳐 나흘 만에 귀국
"외교부·대사관 발빠른 대처, 가장 안전한 루트 이용해 폭격 맞닥뜨리지 않게 잘해줘"
(영종도=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이란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이도희(58) 감독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여파로 귀국길에 오른 지 4일 만에 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감독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해 9시간 만인 오후 6시께 귀국했다.
이 감독은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비행기에 내리자) '한국에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4일 정도 걸렸기 때문에 피곤했고 빨리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외교부와 대사관이 빠르게 대처해준 덕분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이동할 때 가장 안전한 루트를 이용한 것 같다. 그래서 폭격을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도록 잘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을 공습할 당시 이 감독은 테헤란에서 차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이스파한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던 중이어서 직접적인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공습 소식을 듣고는 숙소로 가서 짐도 꾸리지 못한 채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이틀을 묵었고, 이후 외교부와 대사관의 조치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
이 감독은 "대사관 근처에 폭격이 떨어졌을 때 굉장히 큰 폭발음이 들렸다. 듣고 죽는 건가 생각도 했다"며 "대사관에 머무는 교민들 모두 다 긴장했고, 대사관 지하 공간에 다 대피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을 비롯한 이란 체류 한국인 24명은 이달 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주이란한국대사관의 임차 버스를 타고 1천200㎞ 떨어진 인접국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입국 수속을 마친 이들은 다시 주투르크메니스탄 우리 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에 올라타 수도 아시가바트로 이동했고, 한국행 직항이 없는 아시가바트 공항에서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으로 다시 이동한 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습 당시 이 감독이 이끌던 이란 여자 배구선수 20명이 테헤란의 한 체육관에서 사망했단 소식이 들렸지만, 선수들은 무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레슬링 숙소가 폭격을 맞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알고 있는 선수들은 다 무사하다. 선수들이 제게 오히려 감독님 잘 가고 계신지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번 전쟁 여파로 일시 귀국했다고 밝혔지만, 향후 전쟁 상황에 따라 조기 복귀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당장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배구연맹(AVC) 챔피언스리그 여자대회와 올해 예정된 AVC 네이션스컵,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줄줄이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감독은 국제배구연맹(FIVB)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24년 6월 이란에 부임해 여자 배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까지다.
이 감독은 "올해 아시안게임에 이란 여자 배구 대표팀이 나가면 이란 혁명 이후로 처음 나가는 거라고 하더라"라며 "선수들이 사랑스럽다. 굉장히 저를 잘 따르고 저를 되게 좋아한다. 선수들이 가르치는 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지도자 입장에선 선수가 성장하는 걸 보는 게 가장 좋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안정되면 (이란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배구 명세터 출신인 이 감독은 은퇴 후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감독을 지냈다.
지난해 10월엔 중앙아시아 여자 챔피언십에서 62년 만에 이란 여자 배구를 정상에 올려놓는 데 앞장섰고, 제3회 바레인 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에서도 18세 이하(U-18)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해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달 10일 막 내린 중앙아시아배구협회(CAVA) 여자 클럽 대항전에서는 이란 풀라드 MS(FMS)를 이끌고 참가해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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