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송영숙, 박재현 공개 지지 …주총서 경영 주도권 향방 결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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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송영숙, 박재현 공개 지지 …주총서 경영 주도권 향방 결정될까

이데일리 2026-03-05 19:18: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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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나은경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대표이사 간의 갈등이 확산일로에 있다. 이런 가운데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사실상 박재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신 회장이 박재현 체제에 대한 고강도 검증과 인적 쇄신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현 경영 체제를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박재현 대표의 연임 여부에 따라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간 실질적인 한미약품그룹 경영 주도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문경영인 바람직한 길"...송 회장 사실상 박 대표 지지

송 회장은 5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한미 창업주의 가족이자 대주주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성비위 사건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과 큰 실망을 느끼셨을 한미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는 내부적으로 해당 성비위 임원을 비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 회장과 자신을 철저히 분리하며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어 사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직원들의 신 회장 비판 피켓 시위에 대해 송 회장은 "매일 용기 내어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여러분 삶에 든든한 울타리가 돼 드리겠다는 저의 다짐과 약속이 온전히 지켜지지 못한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며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서만 다시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4일 한미약품 직원 100여명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신 회장이 그룹 내 전문경영인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주주가 성추행 임원 비호 망언으로 상처받은 한미 구성원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자기 이익을 위한 부당한 경영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에 대해 "성추행 임원 징계 절차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넘어서는 경영 간섭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송 회장은 이번 사태의 해법으로 독립된 전문경영인 체제의 확립을 재차 강조하며 사실상 박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고객과 주주들께 약속한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며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임 선대 회장도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되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한미는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이라며 신 회장의 경영 간섭을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 회장의 등판으로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 맺어졌던 한미사이언스(008930) 4자연합(송영숙·임주현·신동국·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동안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베일에 싸인 채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듯 보였으나 이번 사태로 서로 간의 입장 차가 명확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정기 주총서 박 대표 연임 여부 표대결 주목

결국 운명의 승부처는 이달 말에 열릴 정기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박 대표의 연임 여부를 놓고 양측이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승부는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으로 신 회장이 최근 매입한 지분의 의결권 부재가 꼽힌다.

신 회장은 최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전체 지분율을 29.83%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는 화력에 제한이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의결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올해 2월에 추가 매입한 6.45%의 지분은 이번 박 대표 연임 안건에 대해 표를 던질 수 없다.

반면 송 회장 측은 임성기재단 지분을 포함해 25.58%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지배구조 선진화와 전문경영인 독립성 사수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민연금(6.64%)과 소액주주(약 30%)를 설득할 경우 표 대결에서 승산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결정될 박 대표의 거취가 향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 주도권의 향방을 결정짓는 결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한미약품그룹의 추후 실질적 주도권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 회장이 보유 지분을 앞세워 박 대표 교체를 밀어붙인다면 송 회장은 전문경영인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임직원과 주주들을 결집해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송 회장이 명분을 앞세워 박 대표를 지켜낸다면 신 회장의 입지는 기존보다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오는 12일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라데팡스 파트너스 측이 신 회장 측에 제기한 600억원 규모 위약벌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도 예정돼 있다.

한미약품그룹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박 대표의 연임 여부가 실질적인 한미약품그룹의 향후 경영 주도권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며 "4자연합 구도가 균열될지 여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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