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여담] 감정권력 시대, 조직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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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여담] 감정권력 시대, 조직의 온도

경기일보 2026-03-05 19:11: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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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엔 따뜻한 커피보다 따뜻한 말이 더 절실할 때가 있다.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제목만 보면 포근한 로맨스 같지만 실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무실 풍경과도 닮아 있다. 하루에 최소 아홉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은 누군가의 다정한 인사 한마디로도 온기가 돌지만 차가운 시선 한 번에도 얼어붙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매일 그 온도를 조절하며 살아간다.

 

최근 직장에서는 “요즘 젊은 직원들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세대 차이라기보다 태도와 가치관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워라밸을 이유로 야근을 거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이도 있다.

 

직장 내 폭언, 과도한 업무 요구, 사적 지시 등 이른바 ‘갑질’은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반대의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피해자 위치를 내세워 감정 프레임을 씌우고 상급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을질’ 현상이다. 이는 권력의 새로운 형태, 이른바 ‘감정 권력’의 작동 방식이다.

 

한 신입사원이 “나이도 어린 게 상사냐”며 상사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허위 경력으로 징계를 받게 되자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한 사건을 인터넷 기사로 접한 적이 있다. 해당 회사는 감정 권력의 악용으로 판단했고 법원과 노동위도 이를 인정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갑질, 을질’이라는 정서적 단어 대신 ‘직장 내 부당 행위’로 개념을 정리하며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사회학 연구에서는 한국 사회가 이분법적 갈등 구조에 익숙해지면서 관계의 다양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조직사회학에서는 감정노동을 단순한 ‘강자-약자’ 관계로 보기보다 다양한 관계와 맥락 속에서 복합적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실제 과도한 ‘피해자 코스프레’는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은 종종 분란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비공식적으로 넘기려 한다. 이런 방식은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감정노동에 대한 교육, 공정한 대응 시스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강자이고 또 다른 순간엔 약자가 된다. ‘나는 약자다’라는 자기 선언이 면죄부가 될 수 없고 ‘상급자’라는 이유만으로 특권이 주어져서도 안 된다. 조직문화는 직책이 아니라 태도가 결정한다.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상호 책임을 분명히 하는 조직만이 건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좋지만 이제는 감정의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함께 돌아볼 때다. 조직의 온도는 결국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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